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하루의 끝,
작은 결심 하나를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겼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마치
돌멩이 하나를
조용히 강물에
던져 넣는 마음으로.
익숙한 말투와
따뜻한 식탁,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미소 사이에서
나는 잠시
평화를 가장했다.
기름진 향이
공기를 덮고,
조용한 웃음이
다시 흘러나왔다.
밤이 내리면
우리는 종종,
무너진 마음의 모양을
음식과 웃음으로
봉합하곤 한다.
오늘의 평화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청계천의 물결이
도시의 불빛을
흩뜨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이
파도처럼 번졌다.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거리에서
나는 낯선
평온을 느꼈다.
서로의 말이
닿지 않아도,
나란히 걷는
발자국이
잠시 같은
리듬을 밟을 때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싶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흐릿한 노랫소리가
물 위에 반사될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사랑은 어쩌면,
이해보다
오래 머무는
용기일지도 모른다고.
서로의 다름을
모른 척하고,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미소를 건네는 일.
그날 저녁,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사이로
작은 파문이
번져가고 있었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나만의
비밀스러운
물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