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작은 흔적이 전하는 이야기
비 오는 오후,
도서관 창가에 앉았다.
습기 때문인지
책장 사이에서
묘하게 바다 냄새가 났다.
책을 펼치자
엷은 엽서 한 장이
떨어졌다.
앞면에는 잔잔한 바다와
멀리 떠 있는 배 한 척.
그림일까,
사진일까.
색이 살짝
번져 있었지만,
파란 선은
여전히 또렷했다.
엽서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주소도,
이름도,
글씨도 없었다.
그냥 바다 한 장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엽서를 들여다봤다.
누군가 이걸
책 속에 끼워둔
이유를 생각했다.
그 사람은
이 바다를 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잊고 싶었을까.
빛에 비춰보니,
물감 아래
아주 희미한 연필선이 보였다.
파도 끝에 맞닿은,
거의 지워진 선.
마치 누군가
한참을 망설이다
그은 듯한 선이었다.
나는 엽서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손끝에서
바다 냄새가 났다.
누군가는
그 바다를 두고 갔고,
나는
그 바다를 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