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마음

시간이 마음을 익히는 동안

조용한

오후였다.


햇살은

느리게


커튼 위를

타고 흘렀고,


방 안 공기는

말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한때는

모든 감정이

날카롭게 들렸던 말들이


이제는 조금은

부드럽게 다가왔다.


시간이란 게

참 묘하다.


서로의 온도를

식히기도 하지만,


그 식은

자리 위에서


마음을

숙성시키기도 하니까.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말들이,


지금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는

미워했던 표정이,


이젠 조금

짠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늘

사랑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난 줄 알지만


사실 끝난 뒤에야

시작되는 마음도 있다.


그건 후회가 아니라,

비로소 타인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일지도 모른다.


커피잔에

남은 온기를

두 손으로 감싸며 생각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계절도,

감정도

모두 한 번에 식지 않는다.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고,


그 익음이야말로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부드럽게

익어가고 있다.


서로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 않기 위해 —


적당히

따뜻한 온도로.


익어가는 마음


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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