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함의 온도

비어 있는 자리의 온도

요즘 공기가

유난히 차가워졌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깨를 잔뜩 웅크린

사람들의 숨결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모든 걸 가진

사람이었다


집도,

돈도,

함께 사는 배우자도.


그런데

그의 말투에는


묘하게

텅 빈 공기가

섞여 있었다.


“아내는

아이를 원하지 않아요.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이젠 어려울지도 모르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캐모마일 차의 김이

얼굴을 스치며

그의 한숨을 감췄다.


그는

말했다.


“젊을 때 아이를 낳았다면 어땠을까요.

이젠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무얼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삶의 허함은

가진 것의 유무와는

다르게 찾아온다는 걸.


누군가는

사랑이 없어 허하고,


누군가는

사랑이 있지만

그 속에 자신이 없어서 허하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나도

캐모마일 차를 끓였다.


따뜻한 향이

코끝을 감쌌지만


속까지

따뜻해지진 않았다.


창밖에선

연인들이 웃으며 지나가고,


나는 조용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마 우리 모두는

조금씩 허함을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허함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없겠지만,


그 틈 사이로

스며드는 온기를


조금은

더 소중히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마음의 조각이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조용히 온기를 찾아

나서는 마음


허함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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