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두고 간 노트

사라진 기록에 대한 관찰

그는

오전 10시 42분쯤,


성북동에서 택시를 타고

종로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빠르게 적었다.


왼쪽 페이지에는 사람 이름,

오른쪽에는 날짜와 짧은 문장이 있었다.


도착 알림음이 울렸고,

그는 천천히 가방을 닫았다.

그 순간, 노트는 뒷좌석에 남겨졌다.


택시 기사는

그가 내린 뒤 곧장 다음 승객을 태웠다.


“노트요? 글쎄요. 뒤를 한번 봤는데, 못 봤어요.”

그는 그날 오후에야 분실 신고를 접수했다.


콜센터 직원은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차량이 두 대 겹쳤네요.

어디 차였는지 확인이 조금 걸립니다.”


그는 그때까지도,

노트가 아직 근처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었다.


노트는 갈색 하드커버였다.

표지엔 아무 글자도 없었다.


그 안에는 인터뷰 메모,

공원에서 본 사람들,

짧은 문장 몇 줄이 흘러 있었다.


그는 한동안 그 노트를

‘관찰 기록’이라 불렀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날의 풍경을 몇 줄로 정리하는 습관.


그 노트가 없으면,

그의 하루도 조금 덜 완성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틀 뒤,

그는 분실물센터로 전화를 받았다.


“노트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새 노트를 꺼냈다.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이 노트는 이전 노트의 복사본이 아니다.

같은 마음으로 다시 쓰는, 다른 이야기다.”


그의 손끝은

잃어버린 문장 대신

새로운 문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그는 매일 같은 시간,

택시 대신 걸어서 이동했다.


손에는 언제나 노트 한 권이 들려 있었고,

그 노트의 첫 장엔

날짜 대신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노트는 언젠가 또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기록은 남는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종이에 맡긴다.


하지만 종이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그 기억을 쓰려 했던 마음뿐이다.


그는 그날 이후로,

모든 문장을 조금 더 천천히 쓴다.


잃어버린 노트를 되찾을 수는 없지만,

그 노트를 썼던 ‘시간’은 여전히 기록되고 있다.


택시에 두고 간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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