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 산책하는 부부

시간이 만든 약속

그 공원엔

늘 그 부부가 있었다.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그들은 그 길을 걸었다.


남자는 늘 개의 목줄을 쥐고,

여자는 그의 옆에서

가끔 웃었다.


둘의 걸음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방향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


공원의 나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잎사귀 사이로 쏟아질 때,

그들은 서로를 향해

아주 작은 인사를 건넸다.


말보다 오래된 인사.

습관처럼, 다짐처럼.


사람들은 이제 그 부부를

‘풍경’이라 부른다.


출근길 사람들은

그들을 지나치며 안심했고,


조깅하던 청년은

그들을 보면 속도를 늦췄다.


그 존재만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한 노인이 말했다.


“저 두 사람은

사랑보다 시간을 걷는 것 같아.”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사랑이란,

같은 속도로 걷는 일.


조금 느려도,

조금 멀어져도,

끝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일.


매일 같은 시간,

그들은 다시 그 길을 돈다.


개의 발자국이 흙을 밟고,

그들의 발자국이 그 뒤를 따른다.


세상은 조금씩 변하지만

그들의 걸음만은 변하지 않는다.


그 길 위의 사랑은,

언제나 ‘오늘’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 산책하는 부부


월, 수, 금 연재
이전 12화길 고양이를 돌보던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