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에 머무는 사람
그 공원 서쪽 끝에는
오래된 벤치가 하나 있었다.
페인트는 벗겨지고,
손잡이에는 손때가 고여 있었다.
누군가 오래 앉아 있던 자리였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으면
한 노신사가 그곳에 앉았다.
정확한 시간이었다.
마치 누군가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짙은 회색 코트,
낡은 중절모.
항상 같은 차림이었다.
노신사는 벤치에 앉아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빵 조각이 있었다.
그는 공원 연못 쪽을 향해
천천히 빵을 뿌렸다.
그러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비둘기 몇 마리가
그의 발치로 걸어왔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새들에게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그저 손을 가만히 무릎 위에 얹고
하늘 색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았다.
해가 질 때까지
조용한 고요가 그를 감쌌다.
어느 날,
공원 관리직원이 말했다.
“그 어르신, 아내분하고 자주 오셨었어요.
둘이 항상 저 벤치에 앉아 계셨죠.”
그리고 잠시 뒤에 덧붙였다.
“요즘은 혼자 오시네요.
그래도 시간은 똑같아요.”
어느 날은 바람이 강했고,
어느 날은 비가 조금 내렸다.
하지만 노신사는
그 벤치를 거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하루를 보고하는 사람처럼.
저녁 7시가 가까워지면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으로 벤치를 한 번 쓸고,
모자를 고쳐 쓰고,
공원을 빠져나갔다.
늘 같은 순서,
늘 같은 속도.
누구에게는 단순한 벤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을 붙잡는 자리일 수도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남아 있는 건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다.
노신사가 떠난 뒤 벤치에는
작은 빵 조각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그 빵 조각 위로
노을빛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마치
그 자리에 아직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