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칸 안에 남겨진 흔적
엘리베이터는
늘 같은 냄새가 났다.
금속 벽,
희미한 전구,
오래된 안내 스티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잠시 멈췄다가,
층수가 바뀌면 곧 떠났다.
그 짧은 정지의 시간 속에
누구도 오래 남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3층 버튼 바로 옆에
얇은 선 하나가 새로 생겼다.
누군가 손톱으로 긁은 듯한,
아주 작은 선.
같은 날 저녁,
그 옆에 또 다른 선이 생겼다.
그리고 그 아래엔
말풍선처럼 동그라미 하나.
주민들은 말했다.
“애들 장난인가?”
“CCTV에 나오려나?”
관리실 직원은 손으로 긁힌 자국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이게 칼이 아니라… 그냥 손톱 자국 같아요.”
손톱으로 금속을 긁는 사람.
그건 장난이라기엔 이상했고,
의도라기엔 너무 작은 흔적이었다.
며칠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노인을 본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손가락 끝을 문지르며
버튼 옆에 멈춰 서 있었다고 했다.
“혹시 불편한 데 있으세요?”라고 묻자
노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냥… 여기 있으면 마음이 좀 가라앉아서.”
그는 5층에 사는 노인이었다.
혼자 사는 지 오래된.
다음 날,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노인분이 벽에 손을 대고 잠시 계시더라고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서있었어요.”
그는 그 조그만 칸에서
잠깐 머무르는 시간을
어디론가 걸어가는 길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관리실에서는 낙서를 지울지 말지 고민했고
결국 그대로 두기로 했다.
누군가 말했다.
“저건 지울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흔적이잖아요.
누군가 오늘 여기를 지나갔다는.”
그 말은 엘리베이터 안의 작은 공간을
조금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은
흔적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고,
또 어떤 사람은
아무 의도 없이 벽을 만지며
하루의 조각을 남긴다.
크지 않은 공간,
멈춰선 몇 초의 시간.
그 속에 남겨진 가느다란 선은
누군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였다.
노인은 여전히 5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금속 벽엔 그가 남긴 선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하루와 하루 사이,
그가 살고 있는 증명이
아주 작은 소리로 새겨져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