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이 끝난 자리의 온도
그 극장은 오래전부터
‘조용한 동네의 주말’을 담당해왔다.
새로운 멀티플렉스가
역 근처에 들어선 뒤로는
관객이 부쩍 줄었지만,
늘 오후 두어 시쯤엔
몇 명의 단골이 예매창구 앞에 섰다.
상영이 끝난 뒤,
좌석을 정리하던 직원이
늘 같은 자리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곤 했다.
붉은 종이로 된 팝콘 통.
반쯤 비어 있고,
옆면에는 오래 쥐고 있었던 듯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입구 쪽에 모래처럼
고운 소금 가루가 흘러내려
어두운 극장 바닥 위에서
작은 별처럼 반짝이곤 했다.
직원은 통을 들어 올리며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이걸 두고 간 사람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가 끝나도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을까.
혹은
마지막 장면이 불러낸 어떤 마음 때문에
팝콘 통을 챙기는 걸 잊어버린 걸까.
극장은
매일 같은 방식으로 어둠을 켜고
매일 같은 시간에 엔딩 크레딧을 올렸지만,
그 팝콘 통만은
늘 조금씩 다른 온도를 품고 있었다.
그날의 관객이 남긴
작은 숨,
작은 손의 힘,
작은 흔적이
종이 통 안쪽에
고요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은 통을 버리기 전
한 번 더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빛이 거의 들지 않는 7열 4번 자리
누군가의 하루가 잠시 머물렀던 곳
그리고 그는 천천히 다음 상영을 위해
극장의 어둠을 다시 준비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이렇게 매일 낯선 사람들의 감정을 담고,
다시 비워내며 하루를 넘긴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자리에 앉으면,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불 꺼진 객석 가운데 가장 오래 남는 건,
결국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작은 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