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해도 쓰는 이유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동네 우체국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릴 때 울리는 작은 종소리,
유리벽 너머로 들어오는 오후의 빛.
그는 곧장 창구 옆에 놓인
빨간 우편함 앞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흰 봉투 한 장.
받는 사람의 이름은
어제와 같았고, 그제와 같았다.
편지를 넣는 순간,
금속 속에서 작은 울림이 났다.
우체국 직원은 그를 알고 있었다.
“매일 오세요.
한 통씩 꼭 정해진 시간에 넣고 가시죠.”
누군가 농담처럼 물었다.
“연애 편지인가요?”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표정만 보면…
그리움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의 책상 위엔
편지지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흰 종이 위에
짧은 문장 몇 줄을 적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늘은 조금 흐렸어.”
“네가 좋아하던 빵집이 문을 닫았더라.”
“이 계절을 너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조용히 봉투를 닫았다.
어느 날,
그는 우체국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이 주소로 편지가
잘 도착하고 있나요?”
직원은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그 주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곳이에요.”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도
편지 한 통을 우편함에 넣고 돌아섰다.
저녁 햇살이 건물 벽에 비칠 때,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잘 다녀왔어요.”
때로는,
도착하지 않을 편지를 계속 쓴다.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딘가엔
여전히 읽히지 않은 편지가 있고,
그 마음은,
도착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