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른 우표로 편지를 보내는 사람

붙이는 건 작은 그림, 담기는 건 긴 이야기

우체국 창구 앞에
그는 늘 조용히 서 있었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매번 고르는 우표가
항상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꽃모양,
어떤 날은 오래된 기념우표,
또 어떤 날은 관광지 사진이 찍힌 우표.


직원들은 그를
‘우표 고르는 사람’이라 불렀다.


그가 고른 우표는
언제나 한 장이었다.


작은 봉투의 오른쪽 위에
정성스럽게 붙여졌다.


그리고 그는
붙인 자리를 한 번 더 눌렀다.


마치 우표가 도망가지 않도록
손길을 붙잡아두는 것처럼.


그의 편지는
늘 같은 사람에게 향했다.


그러나 우표는
단 한 번도 같은 것이 붙지 않았다.


직원은 말했다.

“받는 분이 우표 보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그는 미소만 지었다.


어느 날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편지 받는 분이 수집가세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분은 이제 편지를 받을 수 없어요.”


직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요… 매번 다른 우표를 붙이면
그날의 제 마음이 조금은 전해지는 것 같아서요.”


그날 그는
작은 파란색 우표 하나를 골랐다.

바람이 부는 바다 풍경이 그려진 우표였다.


그는 편지를 창구에 건네며 작게 인사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의 주머니 속엔

아직 붙이지 않은 우표들이
몇 장 더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간 그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우표가 여러 칸에 나뉘어 있었다.


여행지에서 산 기념 우표,
동네 문구점에서 고른 특가 우표,
잘 안 쓰게 되는 오래된 디자인의 우표.


그는 잠시 고민한 뒤
가장 작은 새가 그려진 우표를 꺼냈다.


오늘 편지에는
그 새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봉투 안에는
그날 하루의 짧은 기록이 들어 있었다.


“새벽에 비가 왔다.”

“오늘은 이유 없이 누군가 생각났다.”
“이 편지가 네게 닿는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는
봉투를 닫고, 우표를 붙였다.


작은 새가
그의 마음을 싣고 떠나는 셈이었다.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그는 우체국으로 향했다.


직원은 일어서며 가볍게 인사했다.

“오늘 우표도 예쁘네요.”


그는 수줍게 웃었다.
“네… 오늘은 이게 맞을 것 같아서요.”


그는 봉투를 유리함에 조심스레 넣었다.
우표가 흔들리는 순간,

그의 손끝도 아주 조금 떨렸다.


우표는 작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마음은
그 작은 종잇조각보다 훨씬 크다.


매번 다른 우표를 붙이는 사람은
매번 같은 마음을 보내는 게 아니다.


오늘의 마음,

오늘의 색,

오늘의 온도를

가장 어울리는 작은 그림에 담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쌓이면,
그 사람이 보낸 우표들은
결국 ‘시간의 앨범’이 된다.


매번 다른 우표로편지를 보내는 사람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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