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지 않아도 남는 마음
그 우체통은
늘 가득 차 있었다.
하루에 한 번 비워지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엽서들이 들어왔다.
손글씨로 적힌 짧은 안부,
사진 위에 덧붙여진 한 문장,
주소는 모두 같았다.
마치 이곳이
목적지가 아니라
머무는 곳인 것처럼.
우체국 직원은
그 우체통을 기억하고 있었다.
“요즘 엽서 거의 안 와요.
근데 여기만은 달라요.”
그는 엽서를 정리하다가
잠시 손을 멈춘다.
바다 사진,
산 위의 해,
이름 없는 골목.
보내는 사람의 이름은 있었지만,
받는 사람의 이름은
늘 흐릿했다.
엽서 중 일부는
이미 색이 바랬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그 자리에 머문 흔적이었다.
우표는 각기 달랐고,
날짜는 이어지지 않았으며,
문장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 엽서들은
누군가의 여행이었고,
누군가의 기다림이었고,
누군가의 용기였다.
도착하지 못한 말들,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놓아버린 마음들.
우체통이 다시 닫히는 순간,
엽서들은 그 안에서
조용히 겹쳐졌다.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서로의 등을 기대듯.
우리는 가끔,
도착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보낸다.
그것은 상대를 향한 편지라기보다,
스스로에게 남기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엽서들은
어느 날 문득,
한 사람의 시간을 대신 증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