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응원을 받는다면,
숨이 쉬어져.
떠날 결심을 한 밤에, 지안은 몇 번을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동훈에게 문자를 보낸다.
"내일 인터뷰 잘하세요"
단지 승급 인터뷰를 잘 치르라는 말이 아니었다. 살 자격이 충분하다는 위로였다.
무너지는 가정,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사회생활, 어느 곳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꾹 닫아두었던 동훈의 마음이 그 한마디에 환기된다.
“숨이 쉬어져.”
라고 말한다.
비현실적이게 큰 달이 보이는 자취집,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믹스커피 수혈, 4d로 전해지는 뼈까지 시린 겨울의 월세방.
지안의 생활은 누군가 한 번쯤 겪었을 청춘의 시간을 거르지 않고 보여준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잊고 살았던 고통의 감각이 씬 곳곳에서 살아난다.
이렇게 지안을 통해 과거로 회귀하는 경험도 유쾌하지 않은데, 타인의 문제를 알아보고 위로하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우리는 서로가 불쌍해요. ”
동훈과 지안은,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서로의 우물을 공유한다.
그리고 쫓기며 표류하던 삶이 누군가를 웃으며 맞이 하는 미래로 이어질 때까지 견뎌준다.
자기혐오에 빠져 스스로 사람답게 살 자격을 허락지 않았던 지안이, 결국 변한다.
과거의 그늘이 없는 듯이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는 해를 막으며 그늘에 머물 필요는 없다.
더욱이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조금은 긍지를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지안이 온 힘을 쥐어짜서 보낸 메시지처럼, 타인을 헤아리는 그 어려운 일을 선택한 사람의 용기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