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자, 콘크리트로 상처를 덮어버리는 닥터 맥코이처럼
이젠 못 고칠 것이 없네.
야누스 4 퍼지움 채광지의 조난 신호를 받은 엔터프라이즈 호. 선장과 스팍, 닥터 맥코이가 조사에 착수한다.
갱도로 내려간 기술자들이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기이한 상황.
그 안에는 인간들로부터 괴물이라 불리는 고등 생명체 “호타”가 살고 있었고,
자신의 부화장이 채굴 현장이 되자 위협을 느껴 기술자를 공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장은 종족번식의 책임을 지고 있던 어머니 호타에게 있어 공격은 당연한 방어였음을 깨닫고,
교전 중 큰 상처를 얻은 호타를 치료하기 위해 닥터 맥코이를 호출한다.
닥터 맥코이는 아연실색한다. 호타는 오로지 돌과 실리콘으로만 이루어진, 마치 슬라임 같은 외관을 가진 외계 생명체였다.
자신은 석공이 아니라 항변하지만 선장은 치유자로서의 직무유기는 용납할 수 없다며 다시 명령한다
그리고 모두가 호타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여길 때쯤, 치유자는 질척거리는 손을 들고 말한다.
“이젠 나는 못 고칠 것이 없을 것 같네”
호타를 살린 것은 45kg의 써모 콘크리트였다. 응급 피난처를 지을 때 쓰는 실리콘 소재의 건축자재로, 호타의 상처를 덮어 아물 때까지 붕대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맥코이의 직관이 돋보인 임기응변이었다. 또한 용기를 기저로 한 모험이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존경받는 유일한 명의로서, 결과를 알 수 없는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살려내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것, 신뢰도 하락, 치료 기록의 오점 등, 실패할 경우 주어지게 될 책임들을 고려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생명을 살려야 하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 집중하여, 그냥, 해냈다.
평가받고, 평가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결정을 내릴 때도 명확한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 기준점은 타인의 높은 기대감과 비판적인 시선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기대를 충족하여 매번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완벽에 대한 강박에 빠지면 스스로를 표현할 권리를 잃게 되기도 한다.
완벽에는 기준이 없다. 또, 모든 일이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작할 수 없다면 미래의 어느 날에도 망설이고만 있을 것이다.
완벽함을 동경하지만, 미숙한 지금의 가능성이 심장을 뛰게 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미숙함이 두렵지 않다.
“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
영화 파니 핑크 중, 항상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주인공에게 주어진 조언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미숙한 지금을 사랑하고, 집중하고, 실행할 용기가 필요하다.
가볍게, 대충 하자.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