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형태의 애정
알아.
프리쳇, 던피, 터커가 함께 떠난 등산. 문고리가 망가진 낡은 오두막을 습격한 건 실존하는 곰이 아닌 내면의 곰이었다.
부자지간인 제이와 미첼의 내면의 곰은 바로 서로에게 보내는 사랑한다는 말.
결국 자리가 파할 때까지 우물쭈물 고민만 하던 미첼에게 제이가 “I know”라고 선수를 친다.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양말, 멀리서 들리는 기차소리를 사랑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마음을 담아서.
(시즌 10/ 17회)
나를 먹여 살리던 과거의 부모님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많이 어렸었다.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가족이 때로는 절망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평생 한결같은 내리사랑의 주체로 있어야 하는 것은 가혹하다.
부모의 사랑은 당연하지 않다.
사람의 그릇을 하나의 형태로 한정할 수 없듯이, 부모 역시 살아온 삶과 현실에 따라 주는 마음이 인색할 수도,
일반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자라다 느끼는 사랑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보낸 처절한 표현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합격점을 메기지 않으려고만 해도 조금은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감사할 일이 더 많다.
하지만 가정 내의 심각한 문제들까지 사랑의 결과로 포용할 수는 없다.
안녕하세요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영자 님이 눈물을 머금으며 한 말이 생각난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것에서 나오고, 그렇지 못했던 자신은 지금까지도 방황 중이라는.
생애 최초로부터의 사랑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은 메꿀 수 없는 경험의 부재일 것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그 외에 우주의 별만큼 다양한 관계와 애정의 방식이 있다.
애쓰며 산 대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쏟아지는 사랑이 존재의 마땅함을 기어코 알게 해 줄 것이다.
그땐 덤덤하게 “알아”라고 말하며 확신에 찬 마음을 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