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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지만 음악이 하고 싶어!

by 산미테

스피커 앞에서 808 베이스 소리만 들어도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게 두려워서 음악이 하고 싶은지 몰랐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 두려움은 너무 짜릿하고, 날카롭고, 아픈 기쁨이라 그랬던 거다. 원래 너무 좋은 건 무서운 것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노래 부르는 법도 잊어버렸던 몇 년이 있다. 차분히 시간을 깎고 잘라 여기까지(ㅋ) 왔다.

당연히 불공평한 재촉이 따르는데 그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오늘의 문제이다. 보란 듯이 중력도 거스를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 감각의 언저리에만 가도 소스라친다. 조금 아는 게 이렇게 무섭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은 나보다 많은 날을 어떻게 한결같이 살아오신 걸까? 한편으로는 신께 감사드린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사람을 이나마 구실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것이.

이상은 자유의지의 발현이겠지만 당연하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태어난 거였으면 좋겠다. 이견 없는 결말에는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더라 하는 고백을 하고 이쁨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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