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유퀴즈>
잘 지내시나요
저는 요새 비긴어게인3를 돌려봅니다. 제가 중학생이었을때 이 프로를 진짜 좋아했거든요. 향수가 돋아서 다시 챙겨보는 중입니다.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유명하지 않았을 시절에, 약 4~5년 전 쯤, 그러니까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해외로 나가서 촬영하던 시절에는 이 프로그램만의 날것의 매력이 있었어요.
억지로 뭔가를 하려 하거나 연출하려고 하지 않는 느낌이 강했달까요. 가수분들도 진짜 '가수'라고 생각되는 뮤지션 분들로 구성했구요. 그 내추럴하고 담백한 매력에 끌려서 정말정말 좋아했던 프로그램입니다. PD가 되고 싶었던 어린 날의 제가 비긴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좋아했던 비언의 분위기는 딱 시즌 3에서의 패밀리 밴드까지였던 것 같아요. 시즌1에서의 윤도현+이소라 조합, 시즌2에서의 김윤아+로이킴조합, 시즌3에서의 패밀리 밴드 조합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의 비언은 조금 달라져서 아쉽긴 합니다. 대중적이고 유명한 분들, K-POP가수 분들 위주로 섭외를 하는 느낌이라서요 (매우 개인적임)
자칭 K-POP 고인물에다가 엔터 산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K-POP을 진짜 좋아하는데도 비긴어게인에는 대중적인 가수분들보단 실력 있지만 덜 유명한 분들이 나와줬음 했어요. 마치 임헌일같은..
(임헌일같은 원석을 이제야 알게되어 아쉽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도 했었음)
유퀴즈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다가 이젠 성공한/유명한 사람들 대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유퀴즈 나간 연예인들한테 주변 지인들이 다들 "너 성공했구나?" 이 말을 한다잖아요.
지금의 모습 역시 너무너무 좋지만 비언도 그렇고 유퀴즈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날것의 느낌이 사라지는 게 늘 아쉬운 것 같습니다. 초심을 유지하는 게 늘 좋은 것만은 아니긴 한데 늘 초심을 유지하길 바라는 욕심이 고질적이어서 자꾸만 바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비긴어게인3를 보다가 이 노래를 발견했어요.
"Fake Plastic Trees."
가사가 유기적이진 않더라구요. 분절된 느낌이 있어서 가사끼리의 연결성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제 역량부족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비유적인 느낌이 강해서 이면에 감춰진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듣게 되더라구요. 처음 들었을 땐 가사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싶고 공감하고 싶어서 계속 파고들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얘기 같아요. 그래서 생각난 경험들이 있었어요
호의와 친절이 사실은 가짜이기도 했음에, 투박하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사실은 진짜였음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달콤한 말, 인정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형식적인 것들과 가짜에 가까운 것들이었음을요. 가끔씩 그런 걸 느끼면서 허탈하고도 속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가 참 좋았어요. 예민하고 어려우면서 추상적이고 다루기 모호한 주제인데 부드럽게 잘 풀어낸 것 같았거든요.
비긴어게인 3 패밀리 밴드가 부른 노래는 웬만하면 다 좋기 때문에 꼭 들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