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정석의 젓가락질을 하지 못하던 내게 어머니께서 으름장을 놓았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어린 나는 바로 젓가락질 연습에 매진했다. 수많은 완두콩들이 바닥을 구르고 비행한 끝에 정확한 젓가락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장가를 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되어 안도하고 뿌듯했다.
삶과 함께 품어온 기대는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을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 놀던 친구들이 동생들 손을 잡고 하나둘 떠나고 났을 때 혼자 남아 쓸쓸해하던 유치원 시절에도,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놀이터에 모여 친구들과 함께 별을 보며 지금과 다른 삶을 다짐하던 시절에도, 어머니가 일하시는 곳에 처음 가서 '우리 엄마'가 아닌 '일하는 엄마'를 목격했을 때도, 졸업식과 입대하던 날 약간은 씁쓸한 웃음을 지을 때도, 친구들의 결혼식을 뒤에서 바라보며 나의 결혼식을 걱정할 때도, 가족이 입원하였을 때 사인을 할 때도 나의 기대는 간절해졌다.
평범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극히 소박하고 우스울 수 있지만, 평범한 만큼 견고하고 중심이 잡힌 것은 없다. 흔들림 없이 곁에서 지지하고 손을 맞잡아 울타리를 이룬 가족을 만들고 싶다. 누가 보아도 그저 평범한, 으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어서 눈에 띄지 않는 가족.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고 단란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
이것은 나의 최초의 기대이자 평생의 기대이다. 어떠한 완수 조건이나 도착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일생에 걸쳐 계속 주시하고 점검해야 하는 임무다. 매시간 매일 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스스로를 수양하고 반성해야 하는 과업이다. 기대를 마음속에 새기며 수많은 완두콩을 세심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옮겨야 한다.
두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고, 나의 기대는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누군가를 만날 수 있도록 오늘도 완두콩을 집어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