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좋아한다. 구름 없이 머리가 띵할 정도로 파란 하늘을 볼 때면 마음이 멍하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파아란 하늘의 감상이 온 가슴에 채워져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것이다.
5월의 신록이 돋아나면 파란 하늘과의 조화가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과 연둣빛 이파리 자체로도 예쁘지만, 둘을 함께 볼 때 색상의 어우러짐이 좋다.
내가 엔딩을 맞이하고자 하는 장소를 떠올릴 때, 의외로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멋진 자연풍광을 보았던 곳들을 떠올리다 금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파아란 하늘과 신록이 한눈에 보이는 따뜻한 바깥을 상상한다. 약간의 봄바람도 일어 내 마음도 가볍게 해 주길. 소담한 봄 꽃이 피어 마음속에 꽃빛을 적셔주길.
또 달리 생각해 보자면, 엔딩을 맞이할 '장소'보다 '시간'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이보다 내가 먼저 가기를. 너무 고통스럽거나 급작스럽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씩 눈에 담을 수 있는 여유를 주기를. 여름보다는 봄이나 가을이기를. 비는 오지 않기를. 너무 이르거나 늦는 바람에 주변인들의 일상에 폐를 끼치지 않기를. 딱 적정하여서 모두와 기분 좋게 헤어지기를.
또 하나의 장소를 덧붙이자면,
사랑하는 사람의 품 속에서 따스히 눈을 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