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낙에 대한 심상

by 이해

항상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면 생각한다. '아, 내일은 늦잠 자야지.' 모든 알람을 끄고 깊은 잠을 준비한다. 하지만 산새들은 아침잠이 없어 이른 아침부터 지저귀며 나를 깨운다.


NBA가 진행되는 시기이면 누운 채로 반쯤 뜬 눈으로 농구 경기를 관람한다. 아니라면 TV를 튼 채로 뒹군다. 보통은 못 본 야구 경기를 다시 본다. 아무래도 낙을 생각하자면 응원팀이 이긴 것으로 치자.


밥을 차려 먹고 운동을 가거나, 산에 오르거나, 둘레길을 걷는다. 이때는 꼭 준비물이 있다. 주중 간 찾아놓은 음악 앨범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 들을 때는 무조건 앨범 단위로 듣는다. 세상에는 참 많은 음악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유튜브나 인터넷 또는 SNS에서 의외의 곡과 아티스트를 발견한다. 그래서 나의 SNS에는 뮤지션들의 게시물과 웹진의 게시물이 즐비하다. 그들의 소식을 놓치고 싶지 않아 수많은 팔로우를 해뒀다. 아무래도 낙을 생각하자면 가슴이 두근대는 신인 뮤지션을 발굴한 것으로 치자.


돌아와 씻고 밖을 나선다. 주로 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의 고즈넉함을 좋아한다. 유물들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손길과 상념들이 이것을 스쳤을지 생각한다. 그 시간의 무게가 켜켜이 쌓여 박물관의 공기는 짙고 무겁다. 상설전시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기획전시를 많이 찾아다닌다. 아무래도 낙을 생각하자면 의외로 한적한데 훌륭한 전시를 본 것으로 치자.


카페라떼를 좋아한다. 사실은 우유를 좋아하는 것이겠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들, 표현들, 심상들을 옮겨 적는다. 그리고 떠오르는 바가 있다면 글쓰기 노트에 적어본다. 그 시간이 주효하다. 글쓰기를 진작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이것은 나의 발견이자, 대화이자, 추적이자, 박제이다. 나를 이렇게 들여다본 것이 늦음에 내심 아쉽다. 글은 곧 나이니, '나쓰기'다. 그렇게 네모난 흰 노트 안에 풍덩 들어가는 느낌이 행복하다. 아무래도 낙을 생각하자면 기깔나는 글을 쓴 것으로 치자.


저녁에는 친구와 또는 부모님과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주말이니 한 잔 곁들이는 것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이와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그러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더 맛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마음 깊이 충만하고 힘이 된다. 아무래도 낙을 생각하자면 유독 음식이 맛있었고 기억에 남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치자.


집에 와서 씻고 눕는데 날이 선선해 창문을 연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도는 기분이 썩 가볍고 흡족하다. 그러면 생각한다.


'이게 인생의 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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