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얘기하자."
메신저를 길게 붙잡고 있거나 전화통화를 오래 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 못하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쪽을 선호한다. 매체를 통해서는 온전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세상은 세력을 넓혔다. 비대면과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고 사용환경이 개선되었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쉽게 이전보다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의 영역이 확대되며 각자의 세상은 확장되었다. 대면미팅에 앞서 화상회의가 우선 행하여졌고, 웨비나와 실시간 중계가 행사의 일반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의 편익이 새로운 일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경험이 강화될수록 아날로그 경험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되었다. 특히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대면만을 선호하게 되었다. 거리가 멀더라도 갈 수 있는 수준이면 내가 먼저 움직였다. 나에게 만남이란 직접 마주 봄이었다.
감각의 양에서 차이가 났다. 직접 마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감각과 정보가 나에겐 중요했다. 디지털 매체를 거치지 않은 목소리의 진동, 이야기에 따라 변화하는 표정, 자세에서 느껴지는 상대의 태도, 제스처에서 느껴지는 표현력의 깊이, 톤과 빠르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진중함, 함께 있는 공간의 이미지와 배경음향, 주고받는 농담과 마음을 여는 진솔함 등 직접 만나야 가져갈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최고로 치는 것은 '눈빛'이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 하듯, 여러 가지 빛깔과 색채와 힘으로 말을 건넨다. 눈의 강렬한 언어는 디지털 화면이 담아내지 못한다. 눈의 입도 눈과 눈이 서로 마주칠 때에서야 열린다. 눈은 마주 보고 바라봄으로써 감정과 사랑을 전하다.
더 많이 받아들이고, 더 많이 알고 싶다. 하나라도 더 가져야 그 모든 경험과 감각을 합쳐 상대방을 조각해 낼 수 있다. 더 많이 깎아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너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그 모든 작은 하나가 소중하다. 작은 찰나라도 취해야 너에 대한 근삿값을 만들 수 있다.
만나서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자.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너의 파편을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