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각적 심상

by 이해

"산책 가자."


회사에 있는 동안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야외의 에너지를 한껏 흡수하는 시간이다.


산책을 할 때는 눈이 가장 바쁘다. 주변에 보이는 시각 자극을 쓸어 담듯 눈을 굴린다. 거리에는 수많은 시각적 대상이 흘러넘친다. 그 어떤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다. 나의 눈에게 산책길은 매일 가도 새로움이 가득한 장난감 가게다.


빛이 강한 맑은 날이 가장 즐겁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 밖을 제일 먼저 확인한다. 날이 맑고 푸르다면 마음에서부터 빛이 차오른다. 빛이 강할수록 사물들은 본연의 색채를 확연히 풍겨낸다.


나뭇잎을 올려다본다. 밑에서 올려다본 나뭇잎은 햇빛을 머금고 색을 발한다. 마치 셀로판지처럼 빛을 품고 색을 뻗어낸다. 나뭇잎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색이 천차만별이다. 얇은 단풍나무 잎은 발랄하고 홀가분한 밝은 연두색이다. 그보다 조금 두꺼운 참나무 잎은 건강하고 자신 있는 진한 연두색으로 빛난다. 가장 큰 잎인 플라타너스 잎은 중후하고 진지한 초록빛으로 드리운다. 산책길은 형형색색의 조명처럼 오늘의 무대를 생명력으로 밝힌다.


나뭇잎과 가지들은 고보조명처럼 길 위에 무늬를 그려낸다. 그 사이를 흰나비가 너울거리며 우아한 춤을 춘다. 작은 새들은 정답게 노래하며 이쪽저쪽으로 빠르게 날아 곡예를 펼친다. 가끔은 사랑스러운 얼굴을 한 강아지들이 종종거리는 귀여운 발걸음으로 스쳐 지나간다. 할머니의 손을 잡은 아장거리는 아기들은 특유의 뒤뚱거리는 발걸음으로 호기심이란 무용을 보여낸다. 어느새 산책길은 무용극의 무대가 되어 잔뜩 유희를 전한다.


그중 산책길을 가장 밝히는 것은 미소들이다. 의무와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들, 하루를 가볍게 만드는 이야기들과 수반되는 웃음소리, 세상의 무엇보다 모나지 않은 곡선을 그리는 눈꼬리와 입꼬리들. 그 행복의 형태가 이 순간과 자리의 주인공으로 빛난다.


내일도 산책 가자. 행복을 눈에 담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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