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시작에 대한 심상

by 이해

"그래도 괜찮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기 망설여진다. 오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흑인 거주 지역으로 오는 내내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혼자 다니는 아시아인은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게다가 혼자 버스를 타고 오다니. 흑인 거주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에는 나 홀로 아시아인이다. 눈빛들이 모인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항상 긴장을 곤두세웠다.


이제는 펍의 앞까지 왔다.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자니 망설임과 두려움이 앞선다. 너무 어색하거나 그들에게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오늘은 시애틀의 흑인 거주 지역에 있는 펍에서 가수 프린스의 트리뷰트 공연이 있는 날이다. 단순한 기대로 왔지만 펍을 가득 메운 현지인들에게 압도된다.


"이겨내 보자. 분명 멋진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금까지 낭만의 밤들은 그렇게 망설임을 이겨내며 펼쳐졌다. 잠깐의 감내가 환상의 추억을 만들어줄 것을 알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많은 흑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가 이내 본인들의 하던 일로 돌아간다. 나는 구석 자리로 쭈뼛대며 숨듯 들어간다. 이윽고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고 이내 펍은 보랏빛의 흥분으로 물든다. 모두가 프린스의 음악에 연결되며 끈끈한 유대감이 넘쳐흐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한 흑인 할머니가 내 앞에 와서 말을 건다."


"어디서 왔어?"

"한국이요."

"여기에는 어떻게 왔어?"

"프린스 좋아해서요."

"그럼 다 같이 친구지. 어서 일어나!"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는 흑인들의 무리에 낀다. 함께 어울려 음악에 몸을 맡긴다. 오늘 또 낭만의 밤을 하루 더 새긴다.


망설임을 이겨내고 그 너머에 있는 환희, 감동, 행복, 설렘, 사랑을 품에 안는다. 결국 낭만은 한 발 더 내딛을 때 찾아왔다. 지금도 나의 낭만은 나의 용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나는 '그래도 괜찮을까...?'를 고민한다. 많은 걱정과 망설임이 내 발을 붙잡는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겠다. 나의 낭만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니까.


망설임 너머의 믿음은 환상과 소망, 그리고 너, 함께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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