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시간대에 대한 심상

by 이해

시절을 관통하는 나의 낭만적 사건들을 복기해 보면 '벗어남'이 떠오른다. 놓여진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약간의 모험을 하는 것이다. 있어야 하는 곳과 해야 하는 것에서 이탈하여 더 좋아하는 것을 찾음이리라.


"아, 지금 너랑 불닭피자빵 하나 먹으면 딱인데."

10대에는 그렇게 야간자율학습을 몰래 빠져나와 매점을 가는 것이 낭만이었다.


"아, 지금 날씨가 너랑 막걸리 한잔 하면 딱인데."

20대에는 그렇게 수업을 몰래 빠져나와 잔디밭에서 잔을 부딪혔다.


"아, 지금 너랑 커피 한잔 하면서 넋두리 좀 하면 딱인데."

30대에는 그렇게 출장을 핑계 삼아 근처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밀린 이야기들을 상영했다.


또는 낭만이라고 하면, 계획에 앞서서 행동부터 옮기는 것들이 있었다. 미리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지금 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지금 네가 생각나서 전화했어."

"네가 지금 필요로 할 것 같아서 사 왔어."


낭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두 단어가 앙금같이 가라앉았다.


'지금'과 '너'이다.


청춘 시절의 낭만도, 노년 시절의 낭만도 두 단어는 항상 유효할 것이다. 어떤 시절에 따라 달라지기보다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낭만이 아닐까.


"차 한잔의 여유 아닐까? 요즘 잘 못 그러니까."

"내가 마음속에서 즐거움과 나만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지."


노년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아버지도 각자의 낭만을 품고 있다. 낭만은 시절에 따라 바뀌기보다, 그저 나와 함께 세월을 흐르고 있다. '지금'과 '너'만 있다면 그 어느 시대에도 낭만이 꽃피운다.


지금 너와 함께 하고 싶다.

나에겐 평생의 낭만이다.


KakaoTalk_20250903_141255035.jpg


KakaoTalk_20250903_141106898.jpg



작가의 이전글미흡의 우연에 대한 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