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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Nov 08. 2022

'연희동' 찻집 : 내 집 같은 로컬 홍차 가게

서대문구 연희동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

티팟을 감싸는 화려하고 예쁜 티 코지

연희동 골목 '홍차' 전문 로컬 찻집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 이름이 다소 길지만 느긋하고 여유로운 감성이 담겨있다. 연희동 주택가 골목 모퉁이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홍차 전문점이다. 지금은 연희동과 연남동에 티룸이 꽤나 많이 생겼지만 그 원조격으로 동네 아는 사람들은 이미 한 번씩 찾아갔을만한 로컬 찻집이다. 몇 해 전, 친구들과 주말마다 각자 버킷리스트에 같이 동행해주기로 한 적이 있는데 한 친구의 버킷리스트로 이곳에서 홍차를 마시게 됐다.



홍차를 사랑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티룸으로 내부는 아담하다. 안정감을 주는 초록색 벽지에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식물들로 꾸며진 캐주얼한 분위기이다. 세계 지도와 이국적인 그림 엽서를 보니 당장이라도 유럽으로 차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한 켠에는 에세이 책들도 비치되어 있다. 홍차전문점이라 홍차 잎차와 티백을 비롯해서 찻잔, 티팟 심지어 빈 틴케이스도 판매하고 있었다. 홍차 러버들이라면 눈이 뱅글뱅글 돌아갈 만큼 좋아할 만한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만석 시에는 2시간으로 기본 이용 시간이 제한된다. 특이한 건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 근처 빵 맛집 피터팬 1978에서 빵을 사들고 오는 손님들도 있다.


이곳이 좋은 점은 벽면 찬장에서 찻잔을 직접 고를 수 있다. 마치 판매용 새 제품처럼 예쁘게 진열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눈이 행복한데 이 중에 고르라고 하니, 내 찻잔을 사는 마음으로 신중해진다. 차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잠시나마 내 찻잔이니까. 워낙 유명한 브랜드의 예쁜 찻잔들이라 사실 무엇을 선택해도 좋지만 고르는 재미를 즐겨본다.



홍차 위주로 판매한다. 클래식 홍차(실론, 다즐링,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등)와 가향 홍차 (얼그레이, 레이디그레이, 웨딩임페리얼, 마르코폴로, 카사블랑카, 에로스 등). 그리고 로얄 밀크티나 허브티까지 있다. 가향 홍차는 티 샘플러가 있어서 테이블에서 천천히 시향해보고 고를 수 있다. 하나씩 뚜껑을 열어서 마른 찻잎의 향을 킁킁 시향하는 재미. 홍차 전문점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



티룸에 왔다기보다는 내 집 같은 편안함이 컸다. 왜 그런가 하니 쿠션, 방석 등의 패브릭 소품이 많아서였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고 있으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화려한 찻자리가 준비되었다. 순식간에 프랑스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은 패브릭 맛집인가. 보통 그냥 티팟만 내어주는데 티팟을 감싸 안고 있는 예쁜 티 코지가 찻자리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준다. 홍차를 우려 마시며 즐기는 동안 찻물의 온도가 식지 않기 위해 감싸는 역할이지만, 그것보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 더 큰 듯하다. 셋이서 각각 다른 찻잔에 한입 거리 티 푸드와 함께 곁들이는 가향 홍차. 눈과 코와 입이 즐거운 티타임이었다.


티 코지 (Tea cozy)

홍차를 우려내는 동안 티팟을 보온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티팟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일종의 보온용 덮개. 보온병이 발명되기 전에 차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1860년대에 처음 등장해 영국의 애프터눈 티타임에 빠지지 않던 필수품. 빅토리아 시대에는 구슬과 자수로 장식을 했고, 겉감과 안감 사이에 거위 털이나 양모 등 솜을 넣어 보온성을 강화했다. 홍차의 생명인 온도 유지를 위해 티 코지는 티 웨어로 계속해서 인정받게 됐다. 보통 퀼팅 제품으로 티팟의 크기와 형태에 맞게 디자인이 다양하다. 예술성과 기능성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차를 마시고 나가는 길에 사장님께서 음료 한잔당 100원 동전을 돌려주신다. 그 동전으로 앞에 놓인 상자 속 단체 (동물자유연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컴패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차를 마시고 기부하는 마음까지 전해주니 상당히 의미 있는 아이디어다.


번화가의 세련된 카페가 아니라, 내 집 같은 편안하고 코지한 곳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 가게 이름처럼 '시간이 머무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공간이다. 오래 전이지만 친구들과의 좋은 티타임의 기억으로 선명히 남아있는 찻집.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다. (가게 내에 아주 큰 강아지 '홍차'가 있다. 순하지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미리 사장님께 말씀드리면 된다.)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

주소  서대문구 연희로16길 7-15

SNS  @blacktearoom

#연희동 #홍차 #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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