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팔 할은 계획이라고 믿는 MBTI 파워 J 유형. 그런 나도 여행길에서는 '뜻밖의 순간'이 주는 기쁨을 사랑한다. 계획은 하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안정감 있게짜여진 계획 위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뜻밖의 순간은 선물과도 같으니까. 그 기쁨을 몇 차례 경험한 후로는 은근히 그런 순간을 기대하게됐다.
여행길에서는 매일이 뜻밖의 순간의 연속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은 기본 베이스가 낯선 것 투성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나 사소한 맞닥뜨림조차도 뜻밖의 순간처럼 느껴질 수밖에. 이를 테면, 우연히 들어선 골목 끝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과 나눈 기분 좋은 대화, 무작정 들어간 식당에서 맛 본 음식의 뜻밖의 맛. 맛이 없어서 실패할지언정 여행 중에는 뜻밖의 실패도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진다. 예기치 못한 순간 투성이고, 이것들은 곧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래서 여행이 재밌을 수밖에 없는것이다.
'캐나다의 서부' 밴쿠버에서 일 년살이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할 무렵. 갑자기 이대로 돌아가긴 너무 아쉬워졌다.오랫동안 계획했던 록키산맥 여행도 다녀왔고, 휘슬러도 잘 다녀왔는데 또 어딜 가야 하나.
일전에 아웃렛 쇼핑하러 버스 타고 시애틀에 다녀온 적이 있다. 대표적인 미서부 도시 '시애틀'은 밴쿠버에서 국경 넘어 차로 3시간이면 간다. '미국이 이렇게 가깝다고? 몇 번 더 가야겠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못 갔다. 그러고 보니 홈스테이 시절, 홈맘도 주말이면 장 보러 국경 넘어 포틀랜드에 갔었다. 미서부 택스프리의 도시, '포틀랜드'에서 한 달 치 장을 대량으로 봐오곤 했다. 택스보다 기름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그래, 미국이야!
캐나다까지 왔는데!
가까운 미국 서부로 떠나야겠어!
중고등학교 때 미드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대한 환상도 있던 터. 북미에 왔는데 미국을 안 갈 수 없지. 급하게 미국 여행을 결심했다. 그동안 여행의 목적과 그에 맞는 장소를 계획했던 것과 달랐다. 뜻밖의 미국 여행을 하게 됐다. 큰 동선만 짜고, 교통편과 숙소편 정도만 결제했다. 세부적인 계획은 미처 세울 여유가 없었다. 마침 친척오빠 내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샌프란부터 시작해서 가는 길에 계획을 세워보기로.
밴쿠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서[LA]와 [라스베이거스]까지 다녀오는 여정! 그렇게 열흘 간의 뜻밖의 미서부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