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마다 여행한 도시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추억할 것이다. 나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하면 이 날에 본 풍경이 섬네일처럼 첫 장면으로 떠오른다. 브로콜리를 땅에 심어놓은 듯한 울창한 나무길 그리고 장난감 자동차 놀이 같은 구불구불한 꽃길. 두 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오르락내리락 언덕 골목길 나무들의 풍경
'롬바드 스트리트'에 가기 위해 피셔맨즈 워프를 나와 언덕길을 오른다. 케이블카를 타도 되지만 그냥 걷고 싶었다. 어느 동네를 제대로 느껴보고자 한다면, 그 동네의 구석구석을 걸어봐야 한다. 사람의 발로만이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그런 골목 여행이 좋아서. 늘 낯선 골목을 탐험하는 뚜벅이 여행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오르막길은 쉽지 않다. 그냥 케이블카 탈 걸 그랬나. 잠시 생각했지만,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이 길을 걸어보겠나. 남는 게 시간이니 쉬엄쉬엄, 새로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걸었다.
사진 촬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수평'인데 워낙 경사가 심한 길이 많아서, 잘 찍고 있는 건지. 어느 순간 수평 맞추는 일에 무뎌졌다.
롬바드 스트리트 (Lombard Street)
걷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러시안 힐에 있는 롬바드 스트리트. 그 꼭대기에 서면, 갑자기 무슨 이런 길이 다 있을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도로(The crookedest street in the world)로 불리는 180m(600피트)밖에 안 되는 짧은 길이다. S 형태의 급커브 8개가 이어진 일방통행 길. 도시 전체적으로 경사진 언덕길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가파르다. 그렇다 보니 위험할 수 있는데, 구불구불하게 길을 만들어서 속력을 내지 않게끔 1922년에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언뜻 보면, 길이라기 보단 작은 정원처럼 보인다. 잘 가꿔진 꽃과 나무길.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차.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즐겨 찾는 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라일리 가족이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가는 장면. 차 지붕에 짐 가방을 가득 싣고 내려갔던 지그재그 길이다. 양쪽으로 있는 주택들의 모습도 현실 묘사를 잘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롬바드 스트리트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스콧 맥킨지'의 노래 <샌프란시스코> 가사에 '꽃'이 등장한다. 물론 시대적 배경과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롬바드 스트리트에서 본 꽃들이 떠오른다. 예쁘게 핀 꽃들의 색감이 조화롭다. 수국과 난초, 장미를 비롯한 분홍색 그라데이션의 꽃이 한가득이다. 엄마들이 오시면 참 좋아할, 인생 프로필 꽃 사진 잔뜩 남겨드릴 수 있는 포토스팟이다.
아기가 걸음마 떼듯이 조심스럽게- 시작점에서 끝 지점까지 줄지어 내려가는 자동차들을 보고 있자면, 예쁜 레일 위를 지나는 장난감 자동차들 같다. 아무리 천천히 내려간다 하지만 고난도의 운전 실력을 요한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어느 도시를 여행하기 전에 그 도시에 관한 노래를 찾아 듣는 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관한 또 하나의 노래. '토니 베넷'의 곡인데 샌프란시스코의 특징이 잘 표현되어 있다.이 도시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가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I'm going home to my city by the bay
내가 사랑하는 도시로 갑니다.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내 마음을 두고 온 샌프란시스코가
저 언덕 높은 곳에서 나를 부르죠.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climb halfway to the stars
the morning for may chill the air,
I don't care
자그마한 케이블카가 별을 향해 오르는 그곳,
아침 안개가 차갑겠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아요.
길 양쪽으로는 사람들을 위한 인도가 잘 나 있어서 걸어내려 가며 사진을 남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샌프란시스코의 내리막 풍경이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