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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Aug 27. 2022

캐나다 버스 여행

Rocky Mt. 패키지 투어 첫날

캐나다 하면 역시 대자연이지!

밴쿠버로 캐나다 여행을 온 이상 로키 산맥 여행을 놓칠 수 없다. 옐로우나이프 오로라 여행, 휘슬러 스키 여행과 더불어 밴쿠버에서 출발하 좋은 로키 여행! 밴쿠버에서 일년살이를 마무리할 무렵 패키지 투어로 예약했다. 자유여행을 선호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로키 산맥은 밴쿠버에서 차로 왕복 스무 시간이 걸리는 지역이라 패키지 투어가 워낙 잘 되어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밴쿠버의 푸르른 여름을 잠시 뒤로하고 3박 4일간의 로키 여행을 떠났다.




아침 7시, 다운타운 집 근처에서 집합했다. 인생 첫 풀 패키지여행을 앞두고 흥미로운 것 투성이었다. 3박 4일 동안 보게 될 패키지 멤버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았다. 나는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에 와서 친해진 언니와 동행했는데 대부분 부부, 모녀, 자매 등 가족 단위로 대가족도 있었다. 삼십여 명을 태우고 묵직해진 버스는 능숙한 가이드님의 출발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운타운을 벗어나 외곽 도시에 접어들자 뚜벅이 유학생은 새로운 여름 광경 설레기 시작한다. 캐나다는 어딜 가나 국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초대형 국기가 공중에 걸려있는 걸 볼 때면 놀라곤 했다. 그래서 캐나다 여행 중엔 펄럭이다가 쫙 펼쳐진 국기를 포착하는 재미도 있었다. 파란 하늘에 빨간 단풍 국기가 언제나 참 예쁘다. 



로키는 밴쿠버에서 8시간 가까이 가야 겨우 산맥 끝자락에 도착하는 멀고도 먼 지역이다. 그래서 3박 4일  첫날은 버스 타고 계속 이동만 한다. 최종 목적지가 바로 숙소! 여행사에서 나누어준 첫날 일정표에는 이렇게 경유지만 적혀있다.


1. 전형적인 캐나다 농촌 풍경을 감상하며 농업지역인 '칠리왁'을 경유

2. 골드 러시의 거점 도시였던 '호프'에서 중식

3. BC주 남동 중심을 가로지르는 '코키하라 하이웨이'를 따라 준사막지역 컨츄리 음악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메릿' 경유

4. '레벨스톡'에서 석식 및 호텔 투숙



버스는 두 시간마다 휴게소에 멈춰 서서 철저히 휴식을 취한다. 운전자의 컨디션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휴식 시간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지켜야 한다고. 화장실에 가지 않더라도 휴게소에서는 모두가 버스에서 나와서 쉬어갔다. 경직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사진도 찍는다. 그리고 또다시 달린다.



금광 도시였던 HOPE의 어느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 이런 캐나다 시골 동네에 된장찌개를 파는 식당이 있다니! 알고 보니 여행 가이드를 하던 사장님이 로키로 가는 길에 한국인들이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직접 차리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로키 패키지 투어를 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모두 같은 맛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걸까. 맛은 그냥 그랬다. 갈길이 멀기에 식사를 마치고 곧장 버스에 오른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경관에 내적 감탄을 연발했다. 코키하라 하이웨이 5번 도로를 타고 이동하는데 무려 1244m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때때로 먹먹해지기도 했다. 가이드님에 따르면 금강산이 1만 2천 봉이라면, 로키 산맥은 12만 2천 봉이란다. 빽빽하게 줄지어선 나무 숲. 골짜기와 호수.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까지 말갛게 정화되는 듯했다. 풍경이 달라질 때마다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장면과 멜로디를 매칭 시키는 여행의 즐거움이 있다.



두어 시간을 또 달리다가 이번엔 파머스 마켓에 잠시 경유한다. 농장 근처에 있는 마켓이라 아주 싼 값에 블루베리와 체리를 맛볼 수 있다. 바구니째 산 싱싱한 유기농 체리를 버스 안에서 씻지도 않은 채 한알씩 맛있게 해치운 기억이 또렷하다.



숙소로 향하길에 잠시 정차한 동네 작은 교회. 성인 열 명 남짓만 들어가도 꽉 차는 아주 작은 규모였는데 실제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지구 반대편의 교회에서  잠시나마 묵상할 수 있음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목가적이고 한적한 경치에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





밴쿠버에서 출발한 지 열 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 숙소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막바지 산과 호수를 지날 때쯤, 가이드님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살 것 같은 집'이 나타날 거라고 하셨는데 첫인상이 정말 그랬다. 대자사이 숨겨진 목조 건물의 호텔이었다. 


Three Valley Lake Chateau Hotel


'빨간 지붕의 호텔'로 유명한 역사 깊은 3성급 호텔이다. 1950년대 사금을 캐러 당나귀에 봇짐을 매고 이곳에 왔던 남자가 작은 찻집과 모텔을 세우고 정착하면 현재의 200여 개 객실을 갖춘 호텔이 되었다고 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 자가발전기까지 설치했다고. 게다가 골동품을 사모아서 1800년대 골드러시 시대의 생활상을 전시하고 올드카와 기차를 모아 박물관까지 꾸며 나름의 관광호텔로 만든 것. 한 사람의 열정과 의지가 깃든 이었다. 절벽 아래 그림 같은 풍경이 동화 속 집처럼 예뻤다. 정원도 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다소 오래되어서 온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전혀 터지지 않았는데 옆 동 공용 라운지로 가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첩첩산중이라 속도가 느리다. 처음엔 조금 답답했지만 세상 문물로부터 잠시 단절되어, 자연을 벗삼아 고립된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기나긴 버스 여행에서 잠시 쉬며 하루 묵어갈 숙소로 나쁘지 않았다. 



호텔 이름대로 여러 산줄기로부터 깎아지른듯한 3개의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이는 호수. '쓰리 밸리' 바로 앞에 맞닿아 있어서 물놀이하기 좋다. 카누나 요트도 즐길 수 있다. 헬리콥터장도 있었다. 우리는 맑은 공기 마시며 가볍게 산책을 하고 호수에 발만 잠시 담가보았다.



진짜 호수 여행은 내일부터니까! 본격적인 로키 여행이 펼쳐질 둘째 날을 기대하며 첩첩산중에서 일찍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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