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Oct 24. 2022

'연희동' 찻집 : 영국식 홍차

서대문구 연희동 <티아레나>

오래된 주택을 영국풍 인테리어로 개조한

홍차 전문 티룸


밀도 높은 서울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땐 연희동에서 약속을 잡는다. 궁동산과 안산 자락 아래 고급주택들이 모여있는 주거 동네라 조용하다. 식당도 프랜차이즈보단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오래된 로컬 맛집들이 많다. 연희맛로를 따라 한식 중식 일식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맛을 즐길 수 있는데, 골목골목에는 작은 레스토랑, 카페, 바, 갤러리, 감성 소품숍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오래된 상점들과 새것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연희동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사러가 마트'에서부터 '피터팬 1978' 빵집까지 직선으로 걷다가 왼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면 <티아레나>가 나타난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지어진 '홍차 전문 티룸'으로 입구에서부터 나뭇잎을 형상화한 티팟 로고가 눈에 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연상되는 시계를 지나쳐 대문에 들어서면, 작은 앞뜰이 나온다. 푸릇한 식물들을 담아내는 각양각색의 화분들이 무심히 놓여있는 듯 조화를 이룬다. 유럽 가정집 정원에 들어온 것 같은 화단 풍경과 바깥공기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영국풍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클래식한 패턴의 아트벽지와 빈티지한 가구, 샹들리에 조명, 엘리자베스 여왕 기념 기물과 액자, 소품, 가지런히 진열된 장식품마저 영국의 어느 찻집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가정집을 리모델링해서인지 그만한 구조적인 아늑함도 느껴진다. 테이블 간 간격이 여유 있어 프라이빗한 편인데 각각의 공간마다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카키빛 벨벳 소파와 푸른 벽지, 패브릭 하나까지 공간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인테리어다. 메인 공간인 카운터 뒤로는 티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 티의 예쁜 틴케이스와 커버가 색색이 진열되어 있다. 포트넘앤메이슨, 마리아쥬프레르, TWG, 트와이닝, 위타드, 다만프레르, T2, 크리스틴 다트너 등. 홍차 전문점답게 홍차 종류가 워낙 많아 홍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홍차를 알아가고 싶은 누구나 눈호강, 입호강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홍차를 잘 몰라도, 홍차가 처음이라도 괜찮다. 메뉴판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시향 키트가 있어서 직접 시향 후에 마실 차를 고를 수 있다. 도무지 그 향이 그 향 같다면 티 마스터로 유명한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보자. 이곳은 홍차뿐만 아니라 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티클래스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가장 넓은 창가 쪽 룸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찬장에 티웨어가 한가득이다. '세상에. 이게 다 얼마야.' 사장님이 유럽에서 쓸어오셨나 싶은 티웨어들이 홍차인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한편으론 이 많은 티팟과 찻잔들이 이곳에 모이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수집품에서 수집가가 공들인 시간과 애정마저 전해진다. 주문한 차가 나오는 동안 찬장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활짝 열린 창밖으로 정원이 보이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맑은 날, 비 오는 날.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청량한 배경의 조화. 시선이 가는 곳마다 예쁜 소품들이 닿는다. 



차 마시는 즐거움 중 하나는 그날의 무드에 따라 찻잔과 차를 골라 마시는 건데, 특히나 눈으로 먼저 마시는 홍차는 과연 어떤 찻잔에 제공될지도 티룸에서 느낄 수 있는 기대 포인트 중 하나다. 여러 번 방문할 경우, 전에 제공받은 디자인을 미리 알려주면 겹치지 않게 새로운 티웨어에 내어준다니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주문한 크림티 세트가 나오자 테이블 위로 꽃이 만개하는 듯 풍성해졌다. 홍차, 스콘(클로티드크림+딸기잼)을 같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얼그레이 스콘이 그렇게 달지도 않고 맛있었다. 티아레나는 '애프터눈 티세트'로도 유명한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 웰컴 드링크, 샌드위치 3종, 스콘과 당근케이크, 달달한 구움 과자)



☞ 세계 3대 홍차 : 중국의 <기문>,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


원형 극장을 뜻하는 '아레나(Arena)'처럼 '티(Tea)'를 마시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찍이 자리매김했다. 친구와 연인과 부모님과 누구라도 함께 가기 좋은 곳이라, 누군가 티룸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하는 곳! 홍차에 입문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가보면 좋겠다. 입문용으로 '마리아쥬프레르'의 마르코폴로를 추천한다.




<티아레나>

주소  서대문구 연희맛로 43-2

SNS  @teaarena_studio

#영국풍 #홍차 #애프터눈티세트

이전 02화 편견 없이 '차'와 친해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