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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23. 2022

뜻밖의 여행, 차(茶) 입문기

찻자리의 경험


2019년 겨울, 런던 근교를 여행하던 중에 작은 시골 찻집에 들렀다. 비까지 내려서 한껏 차가워진 공기를 잠시 피하려고 들어간 거였는데, 그곳에서 영국식 홍차를 경험하면서 ‘차(茶)’의 맛과 매력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뜨끈하게 데워진 티팟을 두 손으로 감싸자 온몸에 퍼지던 온기. 하얀 티팟에 진하게 우려낸 붉은 찻물. 코끝에 닿는 은은한 향. 입안에 퍼지는 홍차 특유의 씁쓰름한 맛. 부드러운 우유를 넣어 밀크티로 또 한 번. 곁들여 먹은 고소한 버터 풍미의 스콘까지. 직접 차 도구를 이용해서 우려 마신 홍차는 그동안 머그컵에 티백으로만 즐겨왔던 찻자리와는 완전히 다른 오감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만족스러운 찻자리를 빠져나와서 옆 골목 골동품 가게이끌리듯 들어갔다. 모퉁이에 있던 빈티지 찻잔들이 눈에 달리 들어왔다. 빈티지 상점에 가도 아직 골라내는 안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사지는 않주로 구경만 하는 편인데, 그날은 홍차의 여운 때문인지 찻잔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내 것 하나는 찾아가리라는 집념으로 한참을 둘러보다가 보물을 발견한 것 마냥 예쁜 꽃 찻잔 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행복했던 그날의 찻자리 기억과 함께 신문지로 고이 싸서 캐리어에 모셔온 찻잔은 지금도 식탁 위에 놓여있다가 이따금씩 나를  시간으로 데려가 준다.



한국에 돌아와서 주말마다 틈틈이 서울에 있는 찻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맛 본 크림티의 맛을 잊지 못해 차에 관한 것이라면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던 시기. 알면 알수록 더 깊이  싶어진 것이다. 막연하게 십 년 내로는 나도 찻집을 차려야겠다는 결심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려면 찻자리 문화를 많이 경험해야 한다. 이내 서울 내 수십여 찻집의 문을 두드렸고, 생전 처음 맛보는 차들에 신나하고, 티 클래스를 찾아 듣고, 틈틈이 차 관련 서적을 읽고 모았다. 그렇게 좋아하고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집중했을 뿐인데, 어느새 주변에서 차에 관해 물어오갈만한 티룸을 추천해달라는 요청빈번히 받게 됐다. 이참에 그간 경험한 '찻자리'에 대한 정보 나눠야겠다.



아침이면 모닝커피를 수혈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저녁이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하루의 회포를 풀러 온 이들로 가득한 술집. 그 틈새로 차분히 차를 마시며 편안한 공간의 경험을  제공하는 찻집들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손에 꼽던 찻집들이 1~2사이에 참 많이 늘어났다. 커피나 술 대신 차를 즐기는 젊은 층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중장년층의 음료로 여겨지던 차 문화도 청년 사장님들의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찻집이라고 전통 찻집의 풍경만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찻집보단 '티하우스', '티룸', '티 카페'로 불리며 저마다의 특색으로 동네 핫플레이스에 등극한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코스 요리처럼 다양한 차와 다식을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티 오마카세', '티 코스'는 일주일 전부터 예약이 마감된다. 경험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삼삼오오 모여 캐주얼하게 즐기는 차회 문화도 차의 대중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쯤 되니 궁금해지지 않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요즘 찻집은 과연 어떤 곳일까? 어떤 공간에서 어떤 차를 마실까? 90년생 필자가 직접 경험하며 수집한 서울의 티룸들을 소개한다. 방대한 차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수준에 불과하지만 차를 마시고 알아가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서울에 숨은 보석 같은 찻집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주변에 차 마시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차 문화가 보다 더 우리 일상 가까이에 들어와 '건강한 파장'을 일으키길 바라는 바람으로, 오늘도 차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찻집 사장님들을 응원한다.


혹시 요즘 커피나 술이 지겨워졌다면, 지금부터 집중! 다채로운 모습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서울의 찻집들을 만나보자.



* 크림티(cream tea) : '따뜻한 홍차, 스콘, 과일잼(주로 딸기잼), 클로티드 크림'으로 구성되는 영국식의 가벼운 오후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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