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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덕후 Feb 06. 2021

공장과 편지

남편덕후 비긴즈 3

"일산이랑 서울 가는 분들은   같이 타세요!" 워크샵을 마치고 귀가하는 차에는 친한 동료  사람이 동승하게 되었다. 평소 좋아하는 팀장님과 동갑내기 친구. 최고의 구성이었다. 에너지가 밝은  사람은, 가는 길에 유명한 카페에 들르자며 어깨를 들썩였다. 커피 맛을  모른다는  사람에게 진정한 드립커피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박수를 쳤다. 카페에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  사람은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나와  사람까지 참여할  있게  소리로 대화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분인데. 미안한데  들려요.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어오질 않고 점점 페이드-아웃으로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교회에서 나오셔서는 무슨 공장에 다니셨어요?"


죄송한 마음도 잠시,  좌석과 뒷좌석의 영역을 분리하듯 조용한 소리로  사람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교회를 사임하고  근처 식료품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나름 지역을  잡고 있는  공장이었다. 매일 거친 육체노동이 이어졌다. 쉬는 시간도,  곳도 마땅치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면 온몸에 땀이 흘렀다. 일을 마친 , 신고 있던 장화를 뒤집으면 바닥에 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거대한 공장 안에는  없는 선풍기만이 속절없이 돌고 있었다. 인간다움이 상실되고 있는 산업사회의 밑바닥이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처음 목격했던 날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공장장의 존재를 알게  날이었다. 그의 딸이 당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던 대선 후보였던 것이다. 인권, 노동, 여성문제에 평생을 바친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티비만 켜면 거대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노동 문제 개선을 약속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있었다.


 사람은 집으로 돌아와  정치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시인의 이야기를 적었다. 젊은 , 숱한 투옥과 고문도 불사하며 독재 정권에 맞서 저명한 저항시를 남긴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말년에 독재자의 딸을 지지하며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했다. 그의 영향력은 젊은  그가 지켰던 세상을 무너뜨리는  쓰이고 있었다. 당신도  사람의 최후를 알지 않느냐. 어떤 폭력성보다 잔인한 것이 진보의 기만이 아닌가, 진보라는 이름이 삶이 되지 못할  그것은 야만이 아닌가.



멀미가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나는  정치인에 대해  몰랐다. 시인의 이름도 교과서에서 봤을  변절한 할아버지가  줄도 몰랐다. 식료품 공장도 장화도, 권력도 진보도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일 뿐이었다. 내가 대화를  이해하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이라는 ,  하나만은 선명하게 이해할  있었다.


"진짜 제대로 살고 계신  같은데요?"

"저처럼 살면 외롭죠"


공부를 위해 노동하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고단한 몸을 이겨내고 홀로 편지를 적어 내려가던 마음은. 광화문 광장의 수많은 함성을 뚫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 윗자리에 앉은 정치인에게 편지를 내밀던 마음은. 뒷자리에도  들릴 정도로 덤덤하게 이어지던 그의 이야기는 신비롭게도 강력했다. 힘인지 불인지 모를 것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엉망인  같은 세상 앞에 무력하게 주저앉아있던 나를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사람을 아니 이분을 본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카톡을 보냈다.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보낸다는 핑계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쿨한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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