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덕후 이야기 014

생리대와 자유

by 남편덕후


일 년 전 어느 날.
결혼 후 처음 그날이 찾아왔고, 공부하는 남편 무릎에 누워 아픈 배를 부여잡고 여자로서의 삶의 고충에 대해 주절주절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한 손으로는 내 등을 두드려주고 한 손으로는 신문 기사 스크랩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당시는 ‘강남역 살인사건’,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여성과 생리대에 관한 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대화의 소재는 생리대가 되었다.
남편은 성경에서 이집트의 파라오가 이스라엘 사람 중에서도 특히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던 존재가 바로 ‘여성’과 ‘아이’였다는 묵상을 들려주며, 오늘 우리 사회 안에서도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해방과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일회용 생리대의 성분이 100% 공개되지 않는 것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여성들이 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맞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답답한 대답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매달 큰 비용을 생리대에 지출하고, 그 비용만큼 고통받으며, 그만큼을 잘 썩지 않는 쓰레기로 고스란히 전환하여 버려야 하는 것. 10년 넘게 반복된 그 불편과 불쾌가 여자인 나에겐 숙명과 같은 일이었다.

"우리 그 이집트에서 출애굽 해봅시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배를 받는 것들. 남편은 그런 것들로부터 어떻게 주체적으로 떠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었다.

그날로 함께 대안생리대를 찾아보며, 면 생리대를 사용해보기로 결심!

남편은 눈을 반짝이며 나의 결정을 적극 지지해주었고, 며칠 뒤 돌아온 생일에 면 생리대를 선물해주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돕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것이 결혼 후 만난 또 한 번의 덕통사고...

작은 용기를 낼 수 있게 격려해주는 남편 덕분에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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