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인격적인 당신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의지가 없는 건가? 나는 한낱 구제 불능 게으름뱅이였던가?
그런데 결혼 후 남편의 반응은 신선하다 못해 쇼킹했다.
“종수님, 저 계속 누워있고 싶어요.”
-“아이고 몸이 많이 지쳤나보다. 어서 몸을 잘 쉬어주세요.”
“제가 너무 게으르죠????”
-“아니요! 누구보다 열정 있는 사람이죠! 지금 많이 피곤해서 그런 걸 거에요. 얼른 쉬어요.”
이런 말들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줘서 고마운 게 아니다. 나를 믿어준다는 데서 감동이 온다. 나의 가능성과 장점에 대한 신뢰. 그것이 있으니 오, 막 힘이 나는 것 같아!
나는 나같은 사람들을 향해서 “몸을 쳐서 복종시켜야지!(ㅋㅋㅋ)”, “의지가 중요한 거야”같은 말을 더 많이 했는데. 막상 듣는 입장이 되니 인격적이고 사랑이 담긴 격려가 훨씬 더 힘이 세다.
남편의 격려를 받으니 내가 한심이가 아니라 굉장히 가능성 있지만 지금 잠시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는 사람 같아. 나중을 꿈꾸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을 이것저것 떠올리게 된다. 종수님 말대로 더 잘 쉬고 에너지를 모아야 때가 됐을 때 다시 달릴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좀 더 뒹굴거리기로 한다!(ㅋㅋㅋ) 되게 가능성 있는 게으름뱅이랑 결혼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