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왜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동물과 함께 하는 인간을 생각했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숙명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다.
내 생애 주기 어느 시점에서는 어떤 의식을 집도하는 마음으로 동물과 동거를 시작하자.
그렇게 버킷리스트에 써놓고는 막연히 그때를 기다린 듯하다.
취미와는 다른 층위의 소명의식 같은 것이었다. 너무 거창한가.
그리하여, 천사가 나에게로 왔다.
넥 카라를 한 채로 왔다. 길냥이 구조자분의 정성 어린 레터와 함께.
꼭 고양이의 주민등록등본 같다.
장롱 깊이 땅문서 보관하듯 고이고이 모셔 간직할 게 또 하나 생겼다.
편지에 '한나'라는 이름 대신 나는 '나뷔'라고 개명을 했다.
나뷔는 우리 집을 서두르지 않으며 구석구석 살피더니 책상 위 소품처럼 앉아있다.
우리 나뷔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