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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Jan 05. 2021

고양이의 이유 있는 호기심

고양이는 호기심 천국이다.  고양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대할 때 집사는 그 탐색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나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냉장고 밑으로 들어갔다. 고양이가 그 장난감을 빼보겠다고 짧은 다리를 버둥버둥거리는데 집사가 끼어들어서 "엄마가 해줄게" 하고 꺼내 주는 순간, 고양이는 그 장난감에 흥미를 잃어버린다고 한다.


장난감을 넘어서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뷔는 겁 많은 호기심을 발동해야 한다. 적자생존이 강자생존은 아니니까. 대범하게 굴다가 천적에게 잡아 먹힌 조상이 아니라 겁쟁이라서 살아남은 그 조상이 바로 자신들을 남긴 겻을 아는지, 정글에서나 통할 법한 이 겁 많은 본능을 여기 아파트에서도 결코 놓지 못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위험을 감지하는 실수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긍정 오류’라고 한다. 사실은 위험이 아닌 것을 위험이 맞다고 판정하는 오류이다. 사실은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판정하는 오류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부정 오류’라고 한다. 맞는 것을 아니라고 판정하는 오류이다. 뱀이 있는데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판단 실수가 우리 삶에 더 치명적이었을까. 보나 마나 바로 두 번째다. 미신을 그래서 믿게 된다고 한다. 비과학적이지만 일단 상대적으로 안전했으니까.

나뷔야. 커튼 뒤 베란다에 빨래는 여우가 아니라 여우 목도리란다.

그리고 걱정마렴. 나는 냉장고 꼭대기 선반 위에 뱀 따위는 안 키워.  

그런데 변기에 앉아 있는 나는…??????


자네의 호기심이 생존에 직결된 존귀한 것이라 내 존중은 해주겠다만…… 힘주고 있는데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나의 민망함을 어찌할꼬…


내 배설의 쾌감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인가? 거기는 위험하니 어서 나오라는 재촉인가? 아니면 충분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안전지대를 확보한 것인가?


자네를 도통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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