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버리는 것이 있다.
나는 종이 박스를 잘 못 버린다.
자질구레한 잡동사니 수납으로도 쓸모가 있고 선물 포장용으로도 애용한다.
그래도 나는 좀 지나치다.
아파트 분리수거장, 탐나는 박스를 보면 남이 버린 것임에도 집어 들고 온다.
빈 상자들을 크기별로 모아두고 산다.
차지하는 자리를 줄이려고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를 넣기도 하니까
지금 저기 보이는 개수보다 더 될 것이다.
운동화 상자부터 종류도 가지가지다.
박스 집착이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방어기제 본능에 해당하는 걸까를 처음으로 생각해본다.
억압, 퇴행, 투영, 반동, 보상, 합리화, 치환, 회피, 동일시, 승화
뭐 딱 맞아떨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아까워서일 뿐인데 내가 괜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박스들이.....
내가 늘 갈구하는 결핍된 사랑에 대한 종류별 크기별 무의식의 표출일까.
애정결핍을 막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거, 나 이제 아주 습관이 돼버린 듯. ㅎ
검색을 해보았다.
실제 어떤 학계의 분석이 있을지도,
아니면 나와 같은 사람의 글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박스 집착” 엔터
죄다 고양이만 나왔다. 우리 집 고양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