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지리같은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띄워놓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더니
친구더러 어깨를 좀 보자고 했다.
‘어. 이건 예상 못했는데. 나는 나가야 하나’
친구 뒤에 서서 나는 순간 당황하려 했으나
이 친구는 전혀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순식간에 훌러덩 웃옷을 벗어버렸다.
마치 여기에 나는 없고 의사랑 둘이만 있다고 생각한 거처럼 말이다.
내 앞에서 남자가 옷을 벗는...... 이게 얼마만이지?
인종차별이라서 쓰지 말라는 그 살색.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살색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살색이라는 단어로만 표현되는 특유의 냄새와 코끝 찡긋한 질감이 있다.
아, 나만 그런가.
하여튼, 눈코입 달린 얼굴에 비하면 대륙이라 할 정도의 크다란 살색이 눈앞에 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까지의 순수함이 나에겐 정녕 안 남았단 말인가?
정상적인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벗은 수컷과는 응당 나 혼자였거늘,
나 혼자가 아닌 또 하나의 사람과 지금 같은 방에 있는,
역시 지금도 극히 정상적인 현실......야. 여기는 병원이라~구~~!.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얼마라도 짧은 시간이 걸리는 난감함.
상서롭도다.
그런데다 더군다나 만져보라고까지 한다.
“사모님. 여기 만져보세요. 누르면 들어가지요?”
“아~ 네~, 사모님인 제가 그럼 만져보도록 하지요.”
진료는 끝났고 살색 대륙은 종적을 감추었다.
“가자.”
“구래. 아까 말이야, 너 이름이 국**이였어?”
“응. 그게 내 이름이야.”
“국 씨 성 진짜 듣보잡이다. 앞으로 ‘꾹’이라고 불러주겠어.”
“너도 이름 알려줘?”
“내 이름? 아, 내 이름은 움......안알랴줌.”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자려는데 톡이 왔다.
“오늘 고마웠어. 저녁은 먹고?”
“저녁이나 마나 너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말야. 옷을 말이야, 내가 있는데도 말이야, 막 벗냐?”
“내가 좀 한 몸매 하지? 그래서 우리 사모님, 오늘 잠 못 자고 막 그러는 거 아니다. 부부끼리 그러는 거 아냐.”
“이런 모지리 같은......”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