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데쟈뷔?
일 때문에 전주 다녀 오는 길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할 때쯤
기다리던 칼국수가 나왔다.
“왜 너 이름 안 알려줘?”
“아, 내 이름. 그게 말이야. 있잖야. 너가 내 이름을 물어보는데 이상하게......움......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손을 잡자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갑자기 그때 쑥쓰러웠어. 그래서 바로 말이 안 나왔어.”
“그래? 봐봐. 어때? 부끄러워?”
“야~~~~~~. 칼국수는 끓어넘치고~~~나는 면발 젓고 있고~~~ 지금 국자 잡은 손을 잡으면......응, 내가 이게 퍽도 부끄럽겠다. 바부야”
“큭큭”
끓어가면서 국물 속 조개들이 하나둘씩 툭툭 입을 벌렸다.
조갯살 따먹는 맛이 좋았다.
친구는 칼국수 국물에 술 생각이 난다며 아쉬워했다.
“그럼 술 마시던가.”
“아냐, 어제도 마셔서 안 마실래. 운전도 해야 하고.”
“너 차는 운전을 내가 하면 되지. 이 언니가 해줄께. 나 못 믿냐? 그 큰 차 나도 운전 좀 해보자.”
“그러지 말고 다음에 술 마실 거 같을 때는...... 너가 나 데리러 오는 건 어때?”
“내가? 움......그게...... 그래, 내가 할 수도 있지.”
나의 첫 번째 남자 친구는 내로라하는 술고래였다.
나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고 한 적은 사귈 때부터 없었다.
뭐, 그럴 수 있다. 난 그것도 좋았다. 내가 사랑하니까. 내가 할 수도 있지.
어느 날 보니 나는 여전히 그 사람 술자리 운전을 하며 살고 있더라는 거였다.
그 사람 술친구들 집집마다 다 내가 태워 돌며 집까지 데려다주며 말이다.
“야, 그건 아니다”
“그르니까”
운전을 왜 너가 하냐? 대접받고 살지는 않더라도 그러지 좀 말라고......
내 친구들이 날 보며 답답해 했을 때도 난 그랬다. ‘내가 할 수도 있지’라고......
다 지난 이야기인데 그냥 생각이 났다.
데쟈뷔인가? 반복되는 불행한 예감의 기시감?
“움. 구래, 그랬구나. 뭔 말인지 알겠네. 그런데 지금 우리를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까지야.”
“맞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