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런 날 있다.
아침부터 당최 누워만 있고 싶고 꼼작하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한 날.
뭐지? 뭐지? 이상하다, 오늘 왜 이러지?
이유만 자꾸 생각해보게 되는 날.
그날도 그랬다.
꾹이한테서 저녁 먹자고 연락이 온 건 낮이었지만
약속시간 5분 전까지도 가로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만나니 좋았다.
나는 꾹이가 편했다.
그게 뽀록났나 보다.
“너 머리 안 감았지?”
“응. 왜?”
“너~ 나를 갖다 너무 편하게 생각한다고 생각 안하냐?”
“야, 내가 머리를 감고 나오면 뭐가 달라지는데?”
“사람이 달라 보이지.”
“사람이 달라 보이면 우리 사이에 뭐가 달라지는데. 응?”
나도 안다.
내가 머리에 땀이 많다는 걸. 갱년기니까.
거기다가 허리때문에 전처럼 수그리고 머리 감는 게 여간 불편하다.
서서 감어야 하니 샤워가 돼버린다.
다 벗어야 하고 다시 다 입어야 하고......
허리 안 아픈 사람은 모른다.
샤워 후에 더 흐르는 땀을 식히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잦은 샤워는 감기 걸리기에도 딱 좋다는 말까진 할 필요 없었지만
여하튼 머리 말리고 뭐하고 그러려면 한 시간 전부터는 움직여야 했다.
무엇보다 오늘은 무지하게 다운되는 날이란 거까지 말하기는 귀찮았다.
사실은......그게 그냥 다 핑계다.
“야, 머리 감는다는 게 시간도 시간이지만 일이 겁나 커져.”
“난 너 만날 때 그래도 싹 씻고 나오거덩.”
“이 칼국수 먹으러 나오면서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 만날 때도 그럴까 봐 그러지.”
“알았다고요. 그래서 나 칼국수 먹지 마?”
“아녀 아녀, 많이 먹어. 그리고 너 벌써 많이 먹었어.”
밀가루를 먹었더니 나는 커피가 급 땡겼다.
꾹이는 너무 배가 불러서 집에 들어가 쉬고 싶다고 했다.
마침 꾹이 차에 캔커피가 있었다.
이런 거 함부로 마시는 거 아닌데......
“바로 좀 전에 딱 한 모금 마신거야. 진짜라니까. 괜찮아~. 우리 사이에 왜 그래~”
“오래된 거 아니지? 내가 진짜 어디 가서 이런 찌끄레기 먹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 우씨!”
내리면서 기어코 나는 한마다 더 퍼부었다.
“것봐...... 칼국수만 먹고 헤어질 거면서 내가 머리까지 꼭 감아야겠냐?”
“어여 들어가셔~”
“오늘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