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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Oct 14. 2021

나도 해봤다. 독립출판

부끄럽지만 책을 냈다. 출판기념회란 것도 했다. ‘작가님’으로 불리는 날이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 같다. 뭘 하다가도 가만히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며칠은 더 그럴 것 같다.


꽃다발들과 꽃냄새 가득, 아낄 생각이 없는 카메라 셔터들, 진심이 담긴 박수 소리와 원 없이 축하해주기로 작정한 하객들 미소. 마스크를 썼어도 다 보였다. 오가는 말의 온도와 공기의 점성. 그것이 다 내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평소와 다르게 곱게 단장하고 나온 우리 글쓰기 동기들을 보니 ‘아, 정말 우리의 날이구나’ 실감이 되었다.


우린 서로서로 일으켜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글을 써왔다. 손 맞잡고 파도를 건너듯 글이 안 써질 땐 서로 기대며 말이다. 서로 교정해주고 진행 상황을 체크해주었다. 울컥해하는 동기 작가들을 보며 나도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정말 우리가 할 말이 많은 날이었다. 책도 책이지만 작가들의 그런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는 내 친구 말이 공감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책을 냈고 출판기념회란 것을 했다

하객 인원을 제한한다는 공지를 보고 나는 ‘저는 단독 출연합니다.’했더랬다. 주변에 알리기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알고 와준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축하해주러 온 내 친구도 뭔가를 이루어내는 작가들의 모습들에 자신도 생각이 많아졌다며 좋았다고 했다.


언제였던가. 이렇게 울컥해본지가? 축하받아본지가? 30년 전 졸업식, 23년 전 결혼식, 그 이후로 내가 개업식을 하길 했나? 남들 앞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나? 내가 돌잔치를 했겠나? 사실 생각해보면 축하받고 싶은 날이 당연히 없지는 않았다.


독립했을 때, 퇴사했을 때 현수막 걸고 축하받고 싶었고, 퇴원했을 때도 축하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었다. 생일마다 남자 친구에게 꽃다발도 받고 싶었다. 폐경 진단마저도 나는 충분히 축하받을 일이라 여기지만 혼자 마음뿐이었다.


한 번뿐인 내 삶, 오늘 이후로는 축하받고 싶은 어떤 일에는 꼭 축하받고 살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축하받고 축하해주는 일에 나부터 인색해지지 말자고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들고 나올 때, 그리고 하얀 표지에 손때라도 탈까 봐 손바닥을 바지에 연실 쓱쓱 문질렀을 때는 몰랐다. 잘 팔리면 그게 이상한 거고 안 팔리는 게 당연한 책인데도 내 책이 제일로 이쁘더라는 것을.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서점에 내 책이 진열된 것을 보는 이 기분은 정말 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서점에 내 책이 진열된 것을 보는 이 기분은......

“제대로 인정받아 정식 계약한 기획출판은 아니지만 그저 독립출판의 경험을 하고 싶었고 재밌을 것 같으니 해보자, 이것도 이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그렇게 시작한 책이었다. 한 권의 책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내가 결정하고 편집 디자인하는 과정은 역시 기대대로 재미있었다. 독립출판 작업을 해보고 달라진 점은 책장에 꽂혀있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고민들과 수없이 많은 손길을 거쳐 탄생한 것인가.


평소에 책을 읽으면서도 책 표지에 대한 감상과 평가도 해보았던 덕분인지 나만의 취향과 스타일이 축척되어 온 것 같아 이번 표지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교정부터 목차 순서와 표지 디자인, 제목과 부제 정하기의 전체 과정을 짜임새있는 일정으로 계획하여 진행하였고 그 과정을 기록하였다. 기분 좋은 긴장이었다.


여하튼, 나좋아서 한 것을, 저 것을 저렇게 내어놓아도 되는 것일까. 그래서 그다지 자랑할 일이 아니라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출판도 대단한 것이라는 말에 부정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기꺼이 돈을 지불하여 사주는 친구에게는 진짜 말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 친구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잘 써서 꼭 제대로 기획출판을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바친다면, 그동안 응원해주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잠 못 자며 글 쓰냐고 애쓴 저 자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소감 발표를 워낙 짧게 준비하니라 못한 말이 많다. 글쓰기부터 출판기념회까지 진두지휘하며 고생한 배지영 작가님에게 감사하고, 부족한 내 책을 진열해준 군산 한길문고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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