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구획에 DJ로 채우는 우리의 공간

'친한친구'를 시작하며

by 기림


2022년 3월 28일 월요일 MBC FM4U 'GOT7 영재의 친한친구'라는 프로그램 연출을 시작했다. 새로운 디제이와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친한친구'가 기존에 있었던 프로그램이지만 9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 부활한 만큼 런칭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개편에도 급(?)이 있다. 선배들과 쇠주 한 잔씩 걸치다보면 듣는 말 중 하나. "개편은 한번쯤 해봐야 해." 여기서 말하는 개편이란 기존 프로그램의 코너를 뜯어고치는 수준이 아니다. 프로그램 디제이 선정을 너머 아예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연애가 타이밍이듯 개편 역시 그렇다. PD의 의지와 CP의 동조, 회사의 필요 뭐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더군다나 라디오는 특성상 여느 매체보다 호흡의 속도가 느으리이이이다아아아. 세상사 내 맘 같지 않기에 지난한 시간들을 견디는 인내와 맥주 한 캔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제 길게 견뎌야 하니까 맥주 여러 캔..




부동산만큼 와닿는 소재가 없는 만큼 집에 비유를 해보자면, 개편은 집 계약-리모델링-가전 및 가구 구매-이사의 과정과 비슷하다. 프로그램 방향과 타이틀, 디제이 확정이 가장 중요한 집 계약에 해당한다. 집 수리를 하고 이사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계약이라는 큰 산을 올라도 더 큰 봉우리가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이사올 때 을지로 방산시장, 고속터미널 상가, 논현동 가구거리, 이케아, 가전 상점 등등을 휘젓고 다니면서 생각했었다. '이렇게 크고도 세세하게 하나하나 내가 결정해야 한다니!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응, 없다. 이사든 연출이든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다. 하다 못해 '친한친구'로 붙여쓸지, '친한 친구'로 띄어쓸지도 정해야 했다.




이제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91.9MHz에서는 'GOT7 영재의 친한친구'가 방송된다. 우리에게 두 시간의 지상파 주파수 사용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하면 승모근이 저절로 올라가서 뭉치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긴장할 필요도 있다.


여하간 라디오 프로그램은 무엇으로 채우는가. 가장 먼저, 디제이다. 라디오에서 7할은 디제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 내내 두 시간씩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디제이의 정체성이 자연스레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게 된다. 라디오 타이틀에 디제이의 이름이 함께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특히나 '친한친구'의 디제이는 아이돌 그룹 GOT7(갓세븐) 메인보컬 영재인 만큼 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개편이 알려지면서 가장 먼저 공개된 사진부터 이야기하자면, 라디오 포스터 촬영으로는 이례적으로 외부에서 촬영했다. 그의 매력이 더 돋보이는 사진이었으면 해서였다.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사진 촬영을 마쳤고 인물을 중심으로 한 포스터가 나왔다.


또 하나. 라디오 시작 전 일주일 동안 하루에 1개씩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포스터 사진 촬영 현장에서 찍은 스케치 중 디제이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는 순간을 20초 안팎 영상으로 만들어 MBC 라디오 유튜브 채널(봉춘라디오)에 올렸다.


원본 링크 https://youtu.be/uYUAM3ipeLE


인상적이었던 반응은 "라디오에서 티저도 줘?"였다. 좀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지 않는 라디오 피디들 사이에서도 잘 봤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티저의 역할이 바이럴과 기대감 고조라면 적당히 역할을 한 듯싶다. 예전에 '아이돌라디오' 조연출할 때 '룽디듀스'라는 타이틀로 당시 디제이의 101가지 순간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던 때도 많이 생각났다. '친한친구' 프로그램도 디제이도 MBC 라디오의 막내이니, 라디오에서 이런 것도 하네?라는 시도를 앞으로도 해봐야지 한다.




이제 내일이면 22일째다.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친한친구'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양희은 선생님의 책 '그러라 그래' 속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할 땐, 어린 날 햇병아리도 못 된 아르바이트 달걀 가수 시절에 뼈에 새긴 결심을 떠올린다. '내 노래를 들어주는 한 사람의 가슴이 있다면 난 노래할 거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박이 터지는 건 어쩌면 운이지만, 정성은 이쪽 몫이다. 잊지 말자.
- 양희은, '그러라 그래', 김영사(2021) -


지난 2월에 폴킴씨가 '꿈꾸는 라디오' 스페셜 DJ할 때 초대손님이었던 양희은 선생님과 같이 이 구절 읽고 이야기하다 눈물 흘렸던 것 같은데. 내내 생각나는 좋은 문장이다. 아니 좋은 삶의 태도다.


"정성은 이쪽 몫이다." 당신의 시간을 디제이와 함께,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즐겁게 채워볼 테니 아무쪼록 '친한친구'에 자주 들러줬으면 좋겠다. 곁에 머물러주면 더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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