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시절 인연

영원한 건 없지만

by 기림


역시 매주 방송 후기를 적는다는 건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알람을 한 번만 듣고 벌떡 일어나겠다는, 20년에 걸쳐 지키지 못한 약속이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일 거다. 1주에 1회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두 번째 글은 1.5주에 1회 텀 정도로 써보기로 한다. 이렇게.


1월 16일 월요일 MBC FM4U 'GOT7 영재의 친한친구‘에는 갓세븐 제이비님과 박진영님이 나왔다. 갓세븐의 데뷔 9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월요일마다 퀴즈를 풀러 ‘친한친구’를 찾아주시는 청취자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디제이의 제안에서 시작된 방송이었다. 디제이 영재씨가 패스하고 내가 서브하고 작가님들 원고로 스파이크하고. 와 이 팀 잘 굴러가네~


아이돌 그룹끼리 방송에 나올 때는 분위기가 웬만하면 좋다. 서로서로 너낌 아니까 느낌으로 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날 게스트는 JJ Project 듀오가 나왔기에 방송 장면 하나하나 거를 타선이 없었다. 진행하면서도 너무 많이 웃었다. 조금 꼴값 같긴 하지만 내가 연출한 방송 웃겨서 내가 다시 봤다. 참내.


갓세븐이라는 그룹이 9주년을 맞이한 날 이들과 함께 방송을 만드니 개인적으로 기분이 몽글몽글했다. 문화부 기자 시절 이들의 공식 데뷔일 전날에 열렸던 쇼케이스를 취재갔던 게 아직도 생각나서다. 수많은 현장을 가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들도 많은데 갓세븐 쇼케이스는 성수동 창고에서 특이하게 진행돼서 기억이 난다. 혼자 ‘이열 JYP엔터는 쇼케 장소도 다르네~’ 읊조렸던... 게다가 뱀뱀님이 굉장히 애기였고 눈앞에서 다들 덤블링하고 난리나는 마샬아츠를 보여줬기에 잊기가 힘들다.


당시 기사 일부 발췌


이름들이 낯설어서 기사 쓸 때 이름과 인원을 맞춰보느라 신경썼던 기억도 난다. 그랬던 게 바야흐로 9년 전인데 이렇게 라디오 피디, 디제이와 게스트로 만날 줄은 진심 상상도 못했다. 하긴 지금은 떠났지만 우리 조연출이었던 후배님도 고등학교 동창인 갓세븐 박진영님이 연예인이 되어 스튜디오에서 만날 줄은 몰랐겠지. 후자가 더 놀라운 것 같기는 하다.


거기에 이어 1월 18일 수요일에는 SF9 휘영&찬희가 나왔다. 조연출 시절 ‘아이돌 라디오’ 고정 게스트였던 휘영씨를 그때 이후로 처음 본 자리였다. 2019년 이후로 처음이니까 거의 3년 넘게 만에 본 셈이다.



매주 일로 스튜디오에서 얼굴 한 번씩 보는 사이었지만(사이랄 것도 없는) 오랜만에 보니 괜히 혼자 애틋해서 방송 내내 또 몽글몽글해져버렸다. 파릇파릇하게 신인티 가득한 떠오르는 아이돌이었는데 어느새 중후한 선배 아이돌이 되었다. 열심히 하던 모습, 엉뚱한 입담으로 많은 사람들 미소를 짓게 했던 모습이 떠올랐는데 휘영씨는 여전했다. 오늘 방송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회차가 될 것 같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뻔한 이야기지만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 그 인연이 가볍든 깊든 한때든 아니든. 방송국에서의 인연이라는 건 인연이라고 하기도 좀 오바스럽고 그렇다고 안 하기도 뭐한, 비즈니스라고 하기엔 서운하고 정이라기엔 끈적한 그 사이의 무엇이다. 이제 알 것도 알고 실망할 만큼 실망해서 뭐든 시절 인연이라는 걸 되새긴다. 머리로는 알지만 쓸데없는 정이 좀 있는 편이라 쿨하기는 글렀다. 혼자서 서사가 잔뜩 쌓여버려서 이렇게 주절주절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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