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시대, 엄마의 MBTI를 아나요?

by 기림


엄마 성격은 정말 이상하다. (엄마 미안 보지마) 변덕이 죽 끓듯 하고 대화도 좀처럼 하려 하지 않는 히스테릭한 성격에 어떻게 박자를 맞춰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중학생 때였나 사춘기 무렵 일기장에서 엄마를 마녀로 묘사하곤 했다. 괴팍해서... 엄마를 향한 공격은 일기장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에서 난 약자였다. 나는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자녀였으니까. 종 잡을 수 없는 어느 섬의 날씨처럼 그저 바라보며 그날의 비를 피해 눈치 보는 일만 늘어갔다.


쉽게 하는 자기방어적인 사고는 내가 맞고 당신은 틀리다다. 그래서 내 성격은 차치하고 엄마 성격이 이상한 걸로 결론 내렸고, 우린 성격이 참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법칙엔 예외가 존재하고 엄마 성격에 관한 결론은 법칙 축에도 못 든다. 그러니 내게서 엄마 성격이 보이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한두살 먹어가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못난 모습으로 나의 속내를 드러낼 때 특히 그랬다. 지금 나 너무 히스테릭하고 구린데, 되게 엄마 같다.




환갑을 넘긴 엄마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MBTI 검사를 해봤다. 엄마를 '마녀'로 적던 어린 시절 나의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역시 '마녀'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몰이해에서 나오는 폭력이다. (엄마 미안2) 엄마랑 나는 다른 MBTI의 소유자일 뿐이다! 나는 INFP, 엄마는 ISTP. 충동의 아이콘들끼리 만나니 서로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 타이밍이 많았을 거다. I 인간으로서 속으로 끙끙 앓으며 내색하지 못한 마음들도 쌓였겠지. 사고와 공감 방식이 다르니 대화를 해도 썩 통한다는 생각도 안 들었을 것이다.


사회에선 지인들과 MBTI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작 가족들 MBTI는 몰랐다. MBTI를 놓고 보니 그간 안 맞았던 게 이해가 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굳이 성격을 따지지 않아도 당연한 말이지만, 엄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역시 다르다며 구분선을 짙게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해가 가서 기분이 가뿐해졌단 이야기다. 엄마를 이해해보려고 마음 쓰고 속상해했던 딸의 아직까지 체한 마음에 까스활명수 정도의 시원함을 준 느낌이랄까. 답답함이 싹, 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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