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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e chai Apr 20. 2024

일등석 트레이닝 1일 차

운이 좋았다, 시작부터!

3월 18일


나는 회사 입사를 같이 한 친구와 함께 일등석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8년 전 함께 입사한 우리 반 친구들 대부분은 다 퇴사하였고 현재는 나, 세르비아 친구, 불가리아 친구 그리고 스리랑카 친구가 이렇게 최후의 4인이 되었다.

떨리는 맘으로 교실에 들어갔는데 입사동기, 같이 비행하였던 동료 등 눈에 익은 얼굴들을 보니 어느 정도

긴장감이 사라졌다.

일등석 교육을 받는 우린 총 10명이었고 나는 오전반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오전반이 한 반 더 있었고, 오전 반이 끝나는 오후 3시 반에 시작하는 오후 반이 한 반 있다.

이들은 오후 3시 반에 와 밤 열한 시 반에 퇴근을 한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래도, 퇴근은 해가 아직 떠있을 때 하는 게 더 기분 째지는 거 같다.


7시 반, 트레이닝은 자기소개로 시작하였다.

각자 돌아가면서 이름, 출신국가, 회사 입사 전의 직업이나 전공, 그리고 본인이라는 사람의 흥미로운 특징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거였다.

“안녕, 나는 한국에서 온 차이라고 해. 회사에 조인하기 전에 시각디자이너로 일했고. 난 South Korean이야. 비행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과장 보태서 거의 매 비행마다 들어!"

(보통 이런 이야기를 비행 가서 하면 애들이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그걸 모른다고?'라며 신기해한다.)

-적막-

근데 반이 너무 조용했다. 흠...


트레이너는 케냐에서 온 캐롤라인(사무장), 포르투갈에서 온 시몬(부사무장)이었다.

정말 정 많고, 캐주얼하고, 사람 좋은 트레이너들이었다.

시작이 좋다!


그렇게 각자 소개를 하고 일등석에서 제공되는 와인에 대해서, 보딩에 대해서 배우며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한 하루를 보냈다.

친구들의 팁은 트레이너들이 어떤 단어를 어떤 상황에 사용하는지,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 실기시험 때

고~대로 따라 하라는 것이었다.

보딩 서비스 시범 때 난 트레이너의 말을 거의 속기하였다.

대본집을 만들었다. 보딩 및 이륙 후 서비스에 대해서만 3장이 나온 것 같았다.


트레이너들의 시범 후 네 팀으로 나뉘어 부분적으로 연습을 해보았다.

연습할 때 같은 팀 멤버들은 실수하면 코렉팅 해주고, 까먹은 것이 있으면 집어주며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트레이너들은 안보는 듯해도, 틀리거나 버벅 거리면 바로 교정해 줬다.

나름 캐주얼해 보여도 심층적인 연습 과정이었다.

시험이라 꼭꼭 집어서 말해야 하는 단어, 문장이나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제스처들이 있었지만

한두 번 연습해 보니 내가 내려본 일등석 서비스의 첫인상은 ‘정해진 것은 없다!’였다.

분명해야 할 것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지만 비행 때는 승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

되는 비스포크 서비스인 것이었다.


뭐 그건 그거고, 시험은 시험이니까…

집에 와서 나는 대본집(?)을 정리하며 복습하고 저녁 먹고 일찍 잠들었다.


평소 그렇게 펜을 쥐고 무얼 적지 않으니 하루 만에 손이 저릿저릿 아팠다.


그렇게 나의 트레이닝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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