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15분, 알람 소리에 꿈뻑꿈뻑 무거운 눈을 겨우 뜨며 트레이닝 둘째 날을 시작한다.
’아직 둘째 날인데 벌써 힘들면 어뜩하냐.‘
생각이 꼬리를 물기 전에 얼른 몸을 침대에서 일으킨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어제 적어둔 필기 노트를 챙겨 후다닥 집을 나섰다.
아침 6시, 아직 도로에 차가 많이 없다.
내가 사는 두바이는 어느 날부터 아침 10시만 돼도 하루 종일 차가 막히는 도시가 되었다.
텅 빈 도로,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며 출근을 하니 나름 기분이 상쾌하였다.
시원하게 달려 25분 만에 트레이닝 컬리지에 도착한 후, 복습도 할 겸 7층의 카페테리아로 향하였다.
커피를 받고 좀 있으니 반 친구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복습은 개뿔… 어제의 복잡한 생각들을 서로에게 공유하고 나니 수업시간이 되었다.
첫 번째 수업은 우리가 시험을 볼 서비스에 관한 데모를 보는 걸로 시작한다.
음식 주문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식전 음료 서빙, 테이블 세팅, 애피타이저 서빙, 메인 서빙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이번에도 시험을 볼 때 꼭 해야 할 말들, 표현들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두 필기한다.
그리고 제일 헷갈렸던 식사 테이블 세팅 순서!
설명을 들으며 궁금한 것들은 바로바로 질문하고 다시 메모한다.
그렇게 첫 수업은 네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수업이 끝난 후 어마어마한 양의 진도에 압도된 듯 우린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이 걸 내가 다 할 수 있을까 ‘
“점심은 너무 많이 먹고 오지 말도록!”
오후 수업은 비행기 갤리같이 칠러와 오븐, 커피머신이 다 갖추어져 있는 교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시간은 일등석 음식의 조리과정과 플레이팅에 대해서 배운다.
트레이너들은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 온보드 메뉴 선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심하고, 그들의 다양한 의견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승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는지 일러주었다.
그 해의 신선한 제철 재료, 음식 트렌드, 승객들에게 얻은 설문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매 분기별 메뉴 선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꽤나 흥미로운 토픽이었다.
그러고 나서 시작된 플레이팅 수업.
시작은 일등석 시그니처인 캐비어와 아라빅 메제!
+캐비어는 ’ 우리 회사의 시그니처, 캐비어‘라고 꼭 강조를 하라고 할 만큼 일등석에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메뉴다.
비린 맛을 잡아주는 6가지의 사이드가 캐비어와 함께 제공되는데 이들을 어떤 도구로 어떻게 플레이팅 하는지, 얼마 큼의 양이 제공이 되는지, 캐비어의 원산지와 갤리 어느 곳에서 캐비어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다.
+아라빅 메제는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후무스와 가지를 갈아 만든 바바 가누쉬, 이파리에 밥이나 간 고기를 돌돌 말아 쌈 같은 맛이 나는 돌마 등의 애피타이저를 일컫는데 우리 항공사 메제 메뉴를 시키면 몇 가지의 메제가 작은 접시에 조금씩 덜어져 함께 제공된다.
비즈니스 시절의 메제는 네 종류였는데 일등석은 세 가지 찬(cold) 메제와, 아라빅 샐러드 두 종류, 팔라펠과 키비라 불리는 따뜻한 종류의 메제와 아라빅 스타일의 피클 절임 그리고 ’타히나‘라 불리는 깨소스까지 총 7개의 접시에 나간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메제 한상 차림이다. (중동 항공사를 탈 때 기내식 옵션에 메제가 있을 시 꼭 시켜보길 바란다. 추천!)
이 수업은 5일 트레이닝 중 제일 즐겁고 적극적이게 참여했는데, 그 이유는 플레이팅 된 음식들을 다 맛볼 수 있기 때문…!
그렇게 난생처음 캐비어를 시식해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비렸다...)
이후에는 메인 코스 조리와 플레이팅에 대해서 배운다.
트레이너 캐롤라인이 시범을 먼저 보여줬는데 이 이후에는 한 명씩 돌아가며 스테이크와 닭고기 요리, 파스타 플레이팅을 연습해 보았다.
스테이크 한 접시, 닭고기 요리 한 접시를 준비하는데 시간 계산에 플레이팅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코스의 마지막, 디저트!
꾸덕하고 진한 초코가 매력적인 따뜻한 초콜릿 몰트 케이크, 내가 비지니스 시절부터 사랑한 패션후르츠 타르트로 연습을 하였는데, 토핑으로 제공되는 초콜릿 스틱은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과일은 어느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 일러 주면 고자리에 고대로 우리는 세팅을 한다. 내가 구운 것도 아닌데 장갑을 끼고 데코를 하니 파티시에가 된 기분이랄까…!
치즈도 종류가 6가지나 되었는데 예쁘게 잘라 견과류와 말린 과일들과 함께 한 접시에 예쁘게 담아본다.
치즈가 나오자 옆에 앉아 있던 프랑스 친구는 준비해 온 바게트와 크래커를 가방에서 꺼낸다.
본인은 이 시간만 기다렸다며.
그렇게 다 같이 치즈와 빵을 나누어 먹으며 2일 차 트레이닝이 끝났다.
긴장감의 연속일 거라 생각했던 일등석 트레이닝이 생각보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