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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우 Jun 22. 2019

우리와 다른 일본의 종교.

교토 3박 4일 셋째 날

오래전 이야기지만 일본에서 교포 목사님의 교회에 초대를 받았다. 


당연히 십자가 탑이 있는 교회건물을 상상했지만 그분이 안내한 곳은 목사님 가정집이었다. 


방안에는 조상의 위패(位牌)처럼 십자가를 모셔 놨다. 신도가 몇 명 안 되어 교회건물은 필요가 없다며 신도 대부분은 재일동포라고 한다.      


일본에서 교회건물을 본 기억이 없다. 나가사키에 성당 한 군데를 본 적 있지만 그것도 기념비적인 장소다.    

토착종교 신도(神道)가 일본 종교의 주류를 이룬다. 가톨릭 포함 기독교인은 일본 인구의 1%에 불과하다
(한국은 63%).      

단군이래. 내려온 토착종교(巫敎)가 한국에도 있었지만 미신(迷信)이라며 배척당해 왔다. 


길가나 산속에 보이던 서낭당(仙王堂)은 일본처럼 신사(神社)가 되었을 테고, 무당의 굿판은 마츠리(祭り)가 되었을 텐데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한편 불교는 우리와 비슷한 인구비율 35%다.      


후시미 이나리(伏見稲荷大社)는 토속신앙의 신사(神社)지만 기오미즈테라(淸水寺), 긴 가꾸지(金閣寺), 료안지(龍安寺)는 불교 사찰이다. 일본의 불교시설은 어떤지 료안지를 가보기로 했다.       


료안지(龍安寺)     


절이라 하여 왔는데 우리가 보아온 사찰(寺刹)이 아니다. 불상(佛像)은 어디를 봐도 없다. 불탑(佛塔)과 대웅전(大雄殿)도 없다.


줄지어 선 관광객들만 아니라면 그냥 조용한 별장이다.      


이곳이라고 관광객이 없을 수는 없다.  


UNESCO 세계문화유산 인 데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다녀간 곳이라니 소문이 많이 났을 법하다.      


경내(境內)에 들어오니 쿄 요치(鏡容池)라는 넓은 호수가 보인다. 수면은 연꽃이 덮고 있고 매우 수려하다. 부지(敷地) 절반 넘게 이 호수(湖水)가 차지하니 이 호수가 이곳의 주인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쿄 요치(鏡容池)

이 호수를 지나 석정(石庭)이란 표지판을 따라가니 별장 같은 단층 건물이 있다. 


방장(方丈) 안으로 들어섰다. 주지스님의 거처로 참선하던 곳이다.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필체의 병풍이 맞아준다. 두보(杜甫)의 시(詩)라고 한다.     

넓은 다다미방이 있고 알 수 없는 화가들의 그림들이 많다. 이곳 주지스님이 서예와 그림에 조예가 깊었던 모양이다.      


방장(方丈) 앞에 툇마루와 마당이 보인다.      


툇마루엔 관광객들이 줄지어 앉아 마당을 바라보고 있다. 그냥 마당이 아니라 료안지(龍安寺)의 상징(象徵)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이었다. 석정(石庭), 영어로 Rock Garden이라고 한다.      


가로 약 25미터, 세로 약 10미터의 아담한 공간. 돌과 모래로 산수(山水)를 표현했다.  돌을 주로 쓰고 모래로 물을 표현했다. 흰 자갈과 15개의 이끼가 낀 돌이 있다.      

돌 주변으로 이끼가 자라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모래를 고르게 펴면서 만들어진 갈퀴 자국이 잔잔한 물결을 연상하게 한다.  이것을 가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한다.    


툇마루에 앉은 사람들은 지금 돌을 세고 있거나 사진을 찍는다.      


어느 자리에서 보든 돌은 14개만 보인다.      


깨달음(禪)을 통해서만 15개의 돌을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선종(禪宗)의 메시지다.  성불(成佛)하라는 뜻인 것 같다. 


부처가 되면 모두 볼 수 있다는 말인데, 불교의 목표는 성불(成佛)이다.     


또 다른 메시지를 담은 상징물이 있다. 다실 입구에 있는 쓰쿠바이(蹲踞).      


다도(茶道)에 참가하기 전 들르는 다실 입구의 세면대다.      

쓰쿠바이에는 네 글자(五・隹・矢・疋)가 있다. 이들 글자만으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그런데 글자들을 가운데 입구(口)와 합성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吾, 唯, 足, 知.      


“나는 오로지 만족함만 알 뿐.”     


가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은 내지 않는다는 뜻 같다.       

불상(佛像)도 없고, 불당(佛堂)도 없지만, 불경(佛經)의 뜻을 상징물에 담아놓은 특별한 절이다.      

료안지는 무로마치 시대의 정치인 호소가와 카츠모토(細川勝元)가 1450년에 만든 선종(禪宗) 사찰이다.      

일본의 문화는 거의 바다를 건너온 것들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일본의 신도(神道) 역시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이라는 설이 있다. 건너온 문물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맞게 고쳐, 일본 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일본의 종교가 우리와 다른 이유일 것이다.

아마도 기독교는 일본 것으로 만들기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료안지에 수학여행(修學旅行) 온 학생들을 만났다. 승려복 같은 기모노를 입은 천진난만한 학생들. 카메라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한다. 이들도 손으로 V자를 보여준다.     

쿄 요치(鏡容池)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며 호수가를 걸았다. 


정원이 아름다운 음식점이 보인다. 유도후 우메가에 안(梅枝庵). 연두부탕을 먹는 곳이다.  연두부는 교토 토속음식이기도 하다.


시간은 11시 30분밖에 안 되었지만 정원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다다미방에 화로를 하나씩 올려놓은 식탁이 여러 개 있다. 모든 식탁은 비어 있다. 우리가 오늘 첫 손님이다. 

梅枝庵

연두부탕을 끓여와 냄비를 화로 위에 올려놓고 국자로 떠서 간장그릇에 에 담아먹는다. 


아주 담백한 맛이다.  이른 시간이라 밥은 한 그릇만 주문했다. 연두부 맛보다 방에서 내다보는 푸른 정원 풍경이 일품이다.  한가롭고 평안하다.   


점심을 하고 료안지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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