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암 진단
지난 6/14 수요일 고모가 꼭 전화 통화를 하자고, 늦어도 된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밤 11시 즈음 연락을 하면서 불안한 생각을 했다.
"설마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아니겠지? 할아버지 때처럼 이렇게 알려주나?"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시다. 다행히 아니다.
대신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다. 서울에 안 오고 지방의 2차 병원에서 진단받은 채로 그대로 수술하겠다고 주장하신다나 뭐라나. 다행히 말기는 아니고 2-3기 추정이라고 했다.
검색을 하면서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준비할 시간이 있는 거고, 운이 좋으면 관리를 잘하면 되고... 어쨌든 서울로 모셔와야겠군'하며 온갖 정보들을 찾아 읽었다.
자살유가족이 되는 건 급작스럽다. 암은 인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고, 4기인 환자분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좋은 상황이었다.
아빠는 죽는 병 아니라며 계속 거기서 수술한다고 우겼다. 나는 아빠 죽는 병이야라고 답장했다.
내 불운의 확률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6.0명이다. 아빠가 걸린 해당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7.5명. 암전체로 하면 161명. 생각보다 자살률은 정말 높네. 대장암 걸린 사람은 우리 아빠 말고도 많이 봤는데, 자살로 부모 잃은 사람은 왜 이리 찾기 어려운지. 자살의 터부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암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읽었다.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서울 병원을 예약하며 목, 금, 토, 일을 보냈다. 삼재는 만 나이로 안 한다던데, 아닌가? 올해가 삼재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죽어가는 글들 사이에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는 마음과 불안에 떠는 암 환자와 보호자들의 글들을 잔뜩 읽었다.
아버지가 서울에 안 온다고 하셔서 큰 소리 내며 싸웠다. 처음 있는 일이다. 심한 말도 좀 하고. 이미 입원 중이신데 복통을 호소하셨다고 한다. 내려간다고 했더니 내려오지 않아야 서울에 온다 하셔서 어찌어찌 설득하여 서울에 오시기로 했다.
글을 쓰지 않는 사이에 결혼을 했다. 살아갈 집도 구했다.
서핑도 계속하고 직장도 계속 다녔다. 흐르는 대로 살다가 올해 6월부터는 생각하며 살아야지, 다시 예전처럼 하고 싶은 것들이 뭔지 생각하며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지. 바빴지만 그래도 꽤 오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림을 그릴까, 글을 다시 쓸까. 무언가 새롭게 배울까 하며 마인드맵도 해보고.
바빠서 한동안 서핑을 못 가다가 6/10 토요일에 서핑을 했다. 낙뢰로 서핑하던 분들이 응급실에 가고,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도 근처 바다에 있었다.
1) 토요일에 서핑을 하기위해 이동할 때 음주운전을 하는 것 같은 차를 보았다. 계속 옆에서 달리게 되어 불안했다. 2) 4차선 도로에서 비상등 켜고 후진하는 차를 보았다. 바로 옆차선이어서 놀랐다. 3) 진입하면 안 되는 곳으로 진입하여 어두운 굴다리 아래에서 우리와 정면으로 만난 택시가 있었다. 남편에게 우리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뭔가 이상하네 하며 웃었다. 사고 안 나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도 했다. 저런 걸 하루에 다 보다니.
그날 밤에는 아주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다. 상세히 쓰면 무섭기 때문에 내용은 적지 않는다. 어쨌든 아주 오랜만에 눌린 가위였다.
불안이 높기에 아빠는 그냥 수술하면 좋아질 수 있는 단계인데도 괜히 온갖 것들을 찾아 읽었다. 나는 인사할 시간이 있는 이별을 부러워했었다. 어느 게 나은 건지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다.
병원에 전화를 돌리고, 케이티엑스 특실과 호텔을 예약하면서 그저 내가 돈을 벌고 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결혼을 하면서 엄마 없이 결혼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쓰려했다. 그러면 누군가 또 멀리서 내 결혼을 축하해 주겠지. 미룬 덕에 전혀 다른 글을 쓰게 된다.
이래서 사람이 뭘 미루면 안 돼. 내가 직장에 다닌 후 아빠의 건강검진이 가능한데도 4년째 미룬 지금의 결과처럼. 언제나 자책하지 않는 것과 죄책감을 이겨내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 때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에도 그렇다.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EQ=373035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2092702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