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는 매일 앓는 소리를 하며 살았다. 취업을 하고는 일을 하고 승진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결혼을 하고. 하루가 계속 똑같이 흐른다.
아빠가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하고,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도 훌쩍 넘은 어느 날 엄마 얼굴이 나오는 꿈을 처음으로 꿨다. 반가운 대신 꿈에서 화를 냈다. 살아있었냐고 살아 있는데 나 몰래 숨어 있었냐고 화를 내다가 꿈인 걸 알았다. 또 다른 꿈에서 아빠는 만나는 분과 새 출발을 했다. 꿈인 줄 몰랐다.
이전엔 말을 많이 함으로써 어려움을 버틴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정작 중요한 건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열심히 산다. 하지만 지겹다. 맛있는 걸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웃는다. 돈을 모으고, 사고 싶은 걸 사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여행을 간다. 미래를 계획하고, 지나간 건 잊고, 아쉬운 건 다음엔 잘해야지 다짐한다. 즐거웠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잘 나온 걸 골라 SNS에 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겹다.
오랜만에 일기를 쓰다가 인정했다. 어쩌면 예전보다 더 건강하지 못하군. 고장 났다. 믿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 아닌 상태로 살아가는 건가. 사람들은 쉬라고 했지만, 쉬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게 힘들다. 노력했는데 달라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때 가서 대처하면 된다. 내일은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늘 흩어지는 다짐이라 매일 반복한다. 오늘도 그런 날일 뿐이다.
매일 스스로를 칭찬해줘야 한다. 남들 다 하는 걸 하고 사는 걸 벅차하는 나 자신을 칭찬하는 게 도대체 왜 좋은 해결책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제일 좋은 해결책이라고 한다. 나 자신을 믿는 게 위험한 때에는 세상에 떠도는 조언을 믿고 하루를 흘려보내려 애쓴다.
삶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죠
내가 많이 사랑했던 게
나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 되더니
나를 매달고 싶대요
알아요 나도 수없이 해봤어요
노력이라는 걸 말예요
근데 가난한 나의 마음과 영혼이
이제 그만해도 된대요
- 너드커넥션 "Silently Completely Etern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