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노랑

by 얼떨결정



어떤 날은 낮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기분이 끔찍해지기도 한다. 하기로 했던 일들의 소요시간을 계산하며 마음이 초조해진다. 하루를 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순식간에 자책의 감정이 밀려오면, 급하게 내가 아닌 다른 자아를 불러온다. 나와 달리 건강하고 밝고 활기차고 의욕적인 자아다. 이름도 내 마음대로 붙인다. 그래 오늘 네 이름은 노랑으로 하자.


노랑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내게 늘 좋은 말만 해준다. “피곤했나 봐, 지금부터 하면 되는 거야. 제일 중요한 것, 아니 그러지 말고 제일 하고 싶은 것부터 하자.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다음 것도 하고. 오늘은 휴식이 다른 일보다 중요했을 뿐이야.”


나는 노랑을 믿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것은 내가 삶에서 배운 가장 큰 미덕이므로. 그러나 가끔 속임수에 넘어가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오늘은 노랑을 믿어준다. 나의 친구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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