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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Sep 08. 2023

#2023. 9.8. 금, 나른한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났다. 명상을 했다. 덤벨 1kg을 들고 가볍게 팔운동을 했다.


 어젯밤 늦은 귀갓길, 편의점을 지나치지 못하고 호가든 한 병을 사 와서 천천히 마셨다. 아, 버드와이져가 더 맛있는 건 어쩌나...

 풀지 못한 여행 가방을 천천히 풀었다. 동시에 천천히 휴가 나온 아들아이의 아침을 준비했다. 된장찌개용 다시마 육수를 준비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가방은 잔뜩 부풀어져 있었다. 책이 한 보따리 나왔다. 구겨진 캔디 포장지도 나왔다. 화장품파우치가 나오고 산을 타면 갈아입으려고 준비한 옷도 한 보따리 나왔다.

 산에서 마시려고 드립해 간 커피보온병도 나왔다.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어제 꼼꼼히 내린 커피는 제주 햇살 속에서 잘 익어서 맛이 좋다. 2잔을 마신다. 그래도 눈꺼풀이 내려온다.


 된장장찌게를 끓이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삶아둔 수육덩어리를 데운다. 묵은 김치를 꺼내고 김치통이 별로인 것 같아 통을 바꾼다. 아들은 아침을 조금 먹고 서울로 놀러 갔다. 까만 티를 입고 검정 청바지를 입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손바닥만 한 작은 사각가방을 메고 간다. 1박한다는데 팬티 한 장 안 들고 간다... 저렇게 멀끔하게 쪽 빼입고.... 웃음이 나는 걸 간신히 참고 멋내기에 열심인 아이 뒷모습을 물끄러미 본다.


 참... 마음이 이상하다.


 짧은 여행에서 받은 강렬한 에너지는 온몸을 감싸 돈다.  나른하다. 그리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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